김회식 장성군의회 행정자치위원장

1991년 4월, 제1대 장성군의회가 개원하고 어느덧 올해 서른 살이 됐다.

장성군의회의 서른은 지방의회 부활 30년과 결을 같이 한다.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아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제헌헌법에 그 근거를 마련하고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을 통해 구체화됐다.

그러나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중단됐다.

이후 1991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가 부활된 후 2021년 드디어 30년을 맞이하게 됐다.

공자는 사람의 나이 30세를 삼십이립(三十而立·서른 살이 되면 뜻이 확고하게 서고 성숙해진다)이라 했다.

그러나 지방의 저성장, 지역 불균형, 청년 실업 등으로 현대인의 서른은 아직 뜻이 바로 서는 단단한 삶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지방자치도 이와 마찬가지로 미완의 자치였다.

30년 전 시작된 지방자치1.0은 지방자치의 부활이 중요했기 때문에 질적인 내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출직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관권선거를 예방하고 이를 토대로 여·야간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이 제1차적 목표였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에 직면하면서 지방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방인구의 감소에도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은 전체인구의 49.5%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지만 중앙 정부 중심의 공공서비스는 전국에 획일적인 기준과 지침에 따라 적용되고 있다.

지역여건에 맞는 맞춤형 치안·복지 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주민의 다양하고 차별화된 요구에 충족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청년실업, 수도권 집중, 성장동력 창출 등 국가·사회적 현안을 지방과 수도권이 힘을 모아 해결하기 위한 발전전략이 자치분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과 협력 속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최고의 국가발전 전략(2018. 3. 26.)”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개혁의지와 더불어 한 시대를 풍미하던 패러다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인식구조가 바뀌고 숙성되었기 때문일까?

마침내 지난해 12월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3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을 중요한 준비가 이뤄졌다. 그 변화의 누적이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자치분권2.0 시대는 현재에서 한걸음 나아가 지방자치의 질적 내용을 보완해 자치분권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즉 자치분권의 실질화를 의미한다. 지방자치 주인은 명실공히 주민이 될 것이다.

자치분권2.0 시대에는 명실공히 지방의 정치주체는 지방정부로 인정받고 자율적인 정책 형성권한을 갖는다.

지난 30년 간 매우 불안정적이었던 지방의회의 지위도 공고해졌다. 지방의회 사무기구의 인사권을 단체장이 행사한 것에서 인사권을 독립하고 정책지원전문인력을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부활 3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법제 속에 미래 지방자치 발전을 기약하는 초읽기를 맞이했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방자치제도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자치의식이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정착이 문제다. 아무리 법제가 잘 갖춰진다고 해도 이를 운영할 지역 주체들의 자치의식과 역량이 함께 함양되지 않으면 풀뿌리 자치 기반이 다져질 수 없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제도가 환경을 선도하지만, 오랜 중앙집권국가였던 우리는 자칫 환경이 제도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민의 솔선참여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올바른 마인드가 먼저라야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 주체들의 발상과 인식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주민의 자치의식 신장을 위한 교육과 주민자치회 운영 활성화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민들의 자치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와 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주민 참여 예산제도, 마을 공동체 만들기 프로그램을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자치분권 2.0 시대 개막에 맞춰서 기존에 했던 주민자치 역량 프로그램을 확대,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

공직자들 또한 자치분권시대에 걸맞은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힘써야 한다.

자치법제와 75년만에 실시되는 자치경찰제 안착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도 병행돼야 한다.

기우(杞憂)이겠지만 ‘지방에 돈(교부금)까지 주는데 권한마저 넘겨서는 안 된다’는 중앙정부의 태도,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은 무시한 채 집권정당의 포플리즘에 편승하는 단체장,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내몰라 하는 주민이 있다면 자치제의 정착은 공염불이고 요원할 수 있다.

이의 해결과 미흡한 부분의 추가 입법 등 관련법령의 발 빠른 후속조치가 선결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점에서, 소위 ‘자치분권2.0 시대’를 열기 위해 명심할 것이 있다.

제도의 발전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셀즈닉(P. Selznick)이 창안한 환경과 교호작용(co-optation)이라는 개념을 따르면 조직이나 사업이 제도로 승화되는 과정에는 그 사회의 사상과 이념 등의 가치체계가 녹아 들어가는 기간이 필수적으로 수반됨을 말해주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패러다임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인식구조가 먼저 바뀌고 숙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30주년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성숙을 앞으로 이뤄내면 된다.

자신의 이익과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사항을 정하는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좌절감이 최소화됐으면 한다.

나아가, 중앙 대 지방이라는 대립 구도 하에서 한편으로는 주도권 싸움을 벌이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앙에 대한 의존성 증가와 중앙의 책임 회피는 없어야 한다.

끝으로 각 지역에 합당한 ‘맞춤형 자치분권’을 당연시해야 한다. 격차에 대한 여유와 독창성의 존중이야말로 소위 ‘이립(而立), 즉 뜻을 이루기 위한 여정의 시작’하는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번에 이뤄낸 자치분권법제들이 비록 온전한 지방자치와 선진국가의 자치분권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하더라도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부족한 것을 지속적으로 채워나간다면 향후 자치분권 3.0시대를 열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지방의회는 ‘우리 동네 국회’다. 집행기관 견제와 감시는 지방의회의 사명이자 숙명이다.

지방자치 30년을 맞은 올해, 이웃을 위한 미덕이 마을의 공덕이 되고, 이것이 지방의 공익이 되는 주민자치의 메커니즘이 더욱 필요하다.

장성군의회와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앞으로도 견제와 감시에 만족하지 않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만개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자치분권 2.0시대! 앞날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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