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계간 글의세계 발행인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느 때 같으면 고향 찾아, 부모 찾아 아들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 행렬이 이어지련만 금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기대하기가 힘들 것 같다.

노인은 대가족 적의 풍성했던 설 명절을 떠올린다. 어린애들은 부모님이 정성을 다하여 손수 챙겨주신 설빔을 차려 입고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온 동네 어른들께 세배하고 하루 종일 떡국을 얻어먹으며 널뛰기 연날리기 자치기 팽이치기 등을 하며 놀았다. 그때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최고의 예우를 받았고 새로운 음식이 생기면 먼저 맛볼 수 있는 특권도 누렸다.

농경시대로 인구의 이동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부부 중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해도 아들 며느리의 봉양을 받으며 우아하게 살다 갔다. 그러나 오늘날은 산업의 다양화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시대라 독거노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요즘 세밑이라 행여 누가 찾아오려나, 그 흔한 택배라도 하나 오려나하고 대문을 열어놓고 산다.

최근 들어 노인의 유일한 낙은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생활지원사(독거노인 돌봄이)를 기다리는 일이다.

전에는 요양보호사라 하여 신체나 정신에 장애가 있는 노인에게만 당국에서 돌봄을 제공하던 것이 정신적으로 외롭고 신체적으로도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에게까지 확대하여 생활지원사라는 이름을 붙여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자료를 보니 영광군 노인인구가 1만 5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8%에 달하며 이중 독거노인은 3,497명이라 한다. 영광군에서 이들 독거노인에 대한 돌봄 서비스를 강화했는데 호응이 좋다고 한다.

효를 모든 행동의 근본(百行之本)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형편이 되면 시도할 수 있는 발상이며 노인이 되면 특별히 아픈 데가 없더라도 사고나 행동이 굼뜨기 마련인데 무상으로 보살펴 주겠다니 싫어할 이유가 없다. 독거노인에게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시행 초기라 그런지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주는 사람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기도 한다.

노인은 보다 많은 도움을 기대하고, 주는 쪽에서는 고용관계도 아닌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은가 하는 몸 사리기에서 발생한 일이리라.

일정 기간이라도 한 식구가 되었으니 노인은 딸이나 며느리같이 아끼고, 돌봄이 아줌마는 노인을 친부모처럼 받들어 많은 예산을 들여 도입한 제도가 명실공히 정신적으로 위안이 되고 일상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노인은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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