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외양간 같은 커피숍‘눈길’

현지친구들과 같이 간 동료와 함께 뒤쪽에 위치한 보리수 나무에서 보리똥을 따서 먹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보아스, 필립, 안마리, 홍광철단원, 변은진(필자)이다.

현지인이 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힘이 없다. 그동안 뭘 먹긴 했는데 맛나게 먹은 기억이 없다.

휴학하지 않고, 해외자원봉사를 오지 않고 대학(호남대 조리과학과)을 다녔다면 통닭에 콜라, 피자, 불고기에 상추쌈, 시원한 음료수도 한 잔 마시고 있을 시간인데.

쩝. 입안에서는 통닭향기가 스치고 지나간다.

“은진씨, 빨리 나와. 밥 먹고 오늘은 밭에 나가 일손 돕기로 했잖아”

‘안마리’라는 친구가 문밖에서 부른다. 부시시한 머리를 고무줄로 대충 묶고 일어섰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러 온 한국대표 아니던가. 그런데 배가 고프다. 쌀밥 한 그릇 짜구나게 먹었으면 원이 없겠다.

▲부이

부르키나파소에서 쌀은 고급식품이다. 부자들이나 먹는 음식이다.

주식은 옥수수다. 아침은 ‘부이’라고 하는 옥수수 가루를 물에 갠 뒤 끓인 죽을 먹는다.

그 옥수수 가루에 물을 조금만 넣고 치대서 만들면 ‘사가보’라는 음식이 된다. 사가보는 점심메뉴다. 마치 막걸리떡 같다.

“은진씨, 맛 어때요? ” “아, 네. 뭐 맛있네요” 사실 아무리 맛을 느껴보려고 해도 도무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 콧물 같기도 한 조금은 지저분해 보이는 개밥 같은 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는다. 이름하여 ‘공보 소스’

▲사가보와 공보소스

처음엔 숟가락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음식은 맨손으로 먹으라고 한다. 반드시 오른손으로만 먹어야 한다.

왼손으로 먹었다가는 큰일 난다. 왼손은 오직 화장실에서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음식을 먹고 나면 10분 지나면 금방 배가 고파진다. 그렇다고 석기시대 사람들처럼 살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름 모양을 갖춘 커피숍도 있다. 커피 역시 귀한 음식이다. 손님들에게 접대하는 고급음료 중 하나다.

마을 친구인 필립이 “은진씨, 우리나라에 왔으니 커피숍 구경시켜줄게요. 커피한잔 해요”라고 제안한다.

같이 갔더니 저기 보이는 곳이 커피숍이라고 가르킨다. 외양간 같은 모습이다. 들어갔더니 의자 몇 개 있고 커피를 판다.

카페오레를 주문해 마셨다.우리나라 커피와는 좀 다르게 컵에 절반이나 연유를 잔뜩 부은 뒤 원두를 살짝 넣고 물을 부어 만든다. 연유 때문인지 깊은 맛이 느껴졌다.

이날 처음 마셔본 아프리카 연유커피가 그리워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문득 생각나 따라해보지만 그 맛을 맛볼 수 없다.

토요일에는 커피에다 빵 반쪽을 준다. 그 빵을 갸또라 한다. 갸또를 주는 덕택에 다들 토요일만 기다린다.

집에서도 귀한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한다. 역시 커피가 귀한 음식이라서 그야말로 큰 바가지에 ‘한 양판’을 타준다.

설탕은 또 얼마나 많이 넣던 지 수제 커피가 아니라 꿀물이다. 마시다가 배가 터질 지경이다. 그걸 또 다 먹을 때 까지 초초하게 지켜본다. 다 먹고 꺼억 트림했더니 안도의 웃음을 짓는다.

하마터면 커피 마시다가 먼 이국땅에서 돌아가실 뻔했다. 그래도 웃고 떠들다보니 또 하루가 저문다.

다음 주는 부르키나파소 국민들의 기상천외한 화장실 문화를 살짝 들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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