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이향근·안미영 부부, 합동결혼식 ‘화제’
복지시설서 서로 도우며 사랑 틔워 결혼까지

초록잎이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계절, 신혼부부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 이들이 있다. 복지시설에서 만나 인생의 동반자가 된 이향근(44)·안미영(28) 부부다.

21일 영광 홍농읍 신혼집에서 부부를 만났다.

이향근씨와 안미영씨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두 사람은 2021년 1월 영광읍 사회복지시설 하누리발달장애인주간활동센터에서 일하며 만났다. 당시 청소를 담당했던 안 씨를 이 씨가 몰래 도와주며 사랑을 키워나갔다.

“원래 오빠(이향근)가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말이 별로 없고, 표현을 잘 안해요. 그런데 저를 도와주고 챙겨주는 따뜻한 모습을 보면서 제가 먼저 고백해버렸어요”(안미영)

이 씨와 안 씨는 2년간의 비밀 연애 끝에 지난 11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한 발달장애인 합동결혼식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안 씨는 결혼을 결심한 계기에 대한 질문에 “평생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 못했는데 이 사람이라면 결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 밖에 못했다”고 답했다. 이 씨도 “그냥 내 눈에 너무 예뻤고, 그냥 행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혼은 부부에게 힘든 일이었다. 두 사람은 연애는 했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어려워 결혼은 생각지 못했다. 특히 안 씨는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던 안 씨는 하누리장애인복지회와 현재의 남편 덕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하누리장애인복지회를 통해 요리, 운동 같은 실생활교육 부터 미술, 제빵, 바리스타와 같은 일자리 교육을 받으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 씨에게는 ‘나도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얻었다.

안 씨는 “많은 분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마음을 숨기고 사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저희를 통해 용기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하누리장애인복지회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적 자립을 도모하고 사회활동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장애인 고충상담 및 교육지도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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