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가 지금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의학적 정보 중 많은 부분이 결코 불변의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1990년대 초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의학사교실에서 의학사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의학사도서관에서 약 150년 전에 창간된 외과 계통의 학술지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오늘날 우리 외과 의사들의 눈으로 보면 초창기 외과 의사들의 수술 방법이나 치료법들 중에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날 많은 의사들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암에 대한 3대 요법인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 또한 수백 년 후의 의사들 눈에 그렇게 비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자연계의 모든 것은 한시도 머무르지 않고 변화한다.

다만 변화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틀림없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의학적 진실이 다음 시대에는 미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이것만이 옳다고 고집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것에서 한발 비켜서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더 다차원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제2의 히포크라테스 또는 의학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파라셀수스는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의사이자 의학사상가이다.

그는 기존의 의학 사상과 지식 체계를 과감히 던져 버리고 혁신적인 의학과 이론과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근대 의학의 시조가 되었다.

바젤대학에서 첫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1000년 동안이나 서양의학을 지배해 왔던 갈레누스 의학의 교과서를 학생들 앞에서 불태우면서 “의사들이 보고 배울 유일한 교과서는 오직 환자뿐이다. 낡은 고정관념과 전통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사실과 진리에만 접근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전통적인 지식들이 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가르쳤으며, 오로지 ‘자연의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파라셀수스는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원리 아래에 다양한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독창적인 의학 체계를 세웠는데,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그의 의학 사상을 높게 평가하고 따라 배우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다.

“의술은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지 의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의사는 열린 마음으로 자연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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