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나비의 고장 함평군이 시끄럽다.

이상익 함평군수가 지역 업체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뇌물이 ‘맞춤양복’이다.

옷 관련 잡음은 주로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일어나는데 의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옷 로비 사건이 있었다.

1999년 당시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 로비를 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 제도가 도입됐다.

옷 로비 사건이 최초로 공개된 것은 1999년 5월 24일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는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아내 이형자가 김태정 검찰 총장의 아내 연정희에게 고급 옷을 선물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촉발되었다.

결국, 그 사실을 언론에 밝힌 인물이 이형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형자는 이 경위서에서 당시 검찰총장 부인 등이 고가의 옷을 사면서 자신에게 옷값을 대신 지불하도록 압력을 가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언론 보도가 있은 사흘 후인 1999년5월 28일 연정희가 이형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였다. 결국, 1999년 6월 2일 검찰은 수사를 발표했다.

언론들을 춤을 추듯 관련 보도들을 쏟아냈고, 청문회에서 발언들은 개그콘서트에서 패러디로 나와 히트하기도 했다.

결국, 옷 로비 사건은 뇌물수수와 거리가 먼 청문회에서 의증과 경찰 조사보고서 문서유출에 대한 처음 제기됐던 내용과 전혀 다른 재판으로 진행됐다.

이형자의 거부로 옷 로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증한 여성들은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경찰 조사보고서 문서유출은 결국 무죄 판결로 알려졌다.

이 군수 측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역 업체 관계자가 지난해 4월 당선 직후 이 군수의 맞춤 양복 구입 비용을 대납했고, 이 업체 관계자가 이를 경찰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함평 농공단지 내 17억 원대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에서 비롯됐다는 의혹도 있다.

지금까지 팩트는 옷은 맞춰 입었고, 옷값은 1,000여만 원, 그런데 이를 지불한 곳은 지역업체이다.

이 군수측은 “당선 이후 맞춤 양복 5벌을 구입한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당선 뒤 워낙 바빠 올해 1월18일에 가족을 보내 가격을 조정한 뒤 모든 비용을 결제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군수 측은 “지난 1월 결제 당시에 해당 업체 관계자의 대금 결제 사실을 파악하고 양복점 측에 ‘우리와 관계없다’며 업체에 되돌려주라고 했다”면서 “고소 사실은 들은 바 없고, 확인을 거쳐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준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발장에는 이 군수가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당선 직후 광주시 동구의 한 양복점에서 구입한 1,000만 원 상당의 맞춤양복 5벌 비용을 지역 납품업체 관계자가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군수가 지난 5월과 7월 각각 2벌, 3벌의 양복을 구입해갔고 업체 관계자가 7월에 한꺼번에 1,0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결제했다는 것이다.

결국, 함평경찰은 지난 9일 고발장을 낸 업체 관계자에 대한 진술을 받은 상태로 전남청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지능범죄수사대로 이관해 수사토록 했다.

옷 로비 사건이 될지, 대가성이 입증돼 뇌물 사건이 될지, 아니면 이 군수 측의 주장대로 무고와 명예훼손이 될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즈음에 이 군수의 행동에 아쉬운 부분은 분명하다.

이 군수는 보궐선거로 당선돼 군수 임기를 시작하면서 군수 급여를 지역 인재를 위한 기금으로 전액 기부하고 있다.

이 군수 주장대로 당선 직후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함평 군민들의 기대를 한 번만 생각했다면 옷 로비나 뇌물사건에 연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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