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강옥순씨

영광읍에 사는 강옥순(68)씨가 자택 텃밭 앞에서 5일장 마다 신선한 야채를 배달해주는 안양금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미소짓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오가면서 이야기 나누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서주고. 그런 의미에서 이옥순씨는 30년간 영광에 살면서 정을 가장 많이 나눈 소중한 친구죠.”

지난주 친우 이옥순(67)씨로부터 고마운 마음을 전해 받은 강옥순(68)씨는 “이 씨가 어려웠던 시절 제가 있어 큰 위로가 됐다고 했지만, 오히려 제가 더 고마운 점이 많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강 씨와 이 씨는 30여 년 전 영광시장에서 화장품 가게 사장과 굴비가게 사장으로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왔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며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만, 이 씨와 강 씨는 서로가 있어 위로됐다.

“이 씨와는 많이 의지하면서 살아왔어요. 특히 어려울 때면 서로 생각해서 찾아가기도 하고 부담 없이 부르기도 하는 사이라 서로가 편하고 좋았죠. 그리고 이 씨가 욕심이 없고 정이 많은 성격이라 농사를 지을 때면 동네 사람들한테 나눠주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챙겨 주기도 하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힘들게 일해서 키운 건데도 나눔에 전혀 아쉬워하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주변을 생각해주는 마음에 항상 고맙고 저도 이 씨가 힘들 때 도와주면서 평생 잘 지내고 싶어요. (웃음)”

고향이 고창인 강 씨는 서울에 사는 남편을 만나 서울살이를 하다 영광에 정착한 지 40여 년이 지났다.

40년의 긴 세월 동안 많은 인연을 만나고 추억이 쌓여 영광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 특히 강 씨는 영광읍 동네 사람들과의 추억이 소중하다.

“여름밤에는 모닥불을 피워서 수제비를 만들어 나눠 먹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새가 많아서 콩 농사가 잘 안된다. 이웃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더라’ 등 별 이야기하지 않아도 참 즐거웠죠. 이웃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움이 커요.”

강 씨는 긴 세월 동안 터를 지키고 있던 만큼 영광의 발전을 지켜본 살아있는 역사서가 됐다. 그러나 정답던 동네가 아스팔트 도로가 되는 모습을 볼 때면 슬픈 마음이 크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토박이 어르신들이 떠난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더욱 삭막해졌다.

“요즘에는 개인의 삶이 중요해져서 교류가 많이 없어졌죠. 시대의 흐름이 그렇더라고요. 아파트 친구 집에 가려고만 해도 경비원이 막아서 정 나누기가 어려워요. 개인의 삶도 중요하지만, 고립이 되다 보니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그만큼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강 씨. 최근에는 잊혀가는 정을 나누기 위해 동네 어르신들 집을 방문해 영수증 처리 등 생활에 불편한 것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 취미가 됐다.

강 씨는 오가는 정속에 생긴 고마운 사람도 많다.

그중 강 씨가 특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은 바로 코로나 확산으로 교류가 더 어려워진 시대 속에서 정을 나누는 안양금(75)씨다.

남부에서 오는 안 씨는 직접 재배한 야채들을 주민들에게 판매하며 식탁에 오를 반찬들을 책임지고 있어 ‘남부댁이 왔다’ 하면 사람들이 몰리는 동네 유명인사다. 안 씨는 오일장마다 토마토, 배추, 무 등 야채를 팔며 10여 년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 씨가 올 때면 그 자리에 동네 주민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심지어 10여 년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먼 곳에서 장사하는 가게 사장들도 물건을 사러 온다.

안 씨는 인색함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이 많아 물건을 살 때면 얹혀 주는 게 더 많지만, 동네 주민들이 안 씨를 생각해 거절하는 게 일상이다.

“남부댁 언니가 항상 신선한 재료로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있지만 동네 주민들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는 모습이 좋았어요.”

따뜻한 안 씨의 태도에 감동받았다는 강 씨. 강 씨는 안 씨에게 “코로나로 사람 만나는 게 힘든데 항상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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