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이옥순씨

이옥순씨가 자택 마당에서 힘들 때 곁을 지켜준 친우 강옥순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광읍 대하길 골목에 있는 고즈넉한 주택. 이옥순씨(67)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는데 올케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부끄럽네요. 사실 올케가 더 많이 도와줬었거든요. 특히 오래전 남편이 아파 타지역으로 병원을 오가고 해야 할 일이 있었을 때 손수 나서 저와 남편을 태워다주고 태워 오곤 했어요. 그때 생각하면 정말 고맙다는 말이 부족하죠. 그래서 올케를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요.”

지난주 원순자(56)씨의 바쁠 때 찾아와 반찬을 만들어주거나 일을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인터뷰를 보고 이 씨는 오히려 자기가 고맙다고 할 일이라며 미소지었다.

이 씨와 원 씨는 비록 피가 섞이지 않은 시누와 올케 사이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크다. 일이 바쁠 때쯤 도와줄 것이 없는지 서로를 찾는 게 습관이 됐다.

“동생 부부가 영광에 정착해 왕래하며 지낸 지 어느새 오래됐네요. 올케는 원래 사람을 중요시 여겨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요. 특히 가족을 크게 생각하더라고요. 올케가 셋째 며느리인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부모님처럼 모셨어요. 올케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예요.”

이 씨는 원 씨에 대해 “시누와 올케로 만나 어려울 법도 한데 누구보다 먼저 생각해주고 가족처럼 생각해준다”라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이 씨는 영광읍 도동리가 고향으로 타지로 시집을 가 전국을 돌았다. 다시 영광에 온 지는 20년이 지났다.

이 씨는 부지런했던 어머니를 닮아 평생을 쉼 없이 달려왔다. 남편이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가족을 챙기기에는 부족해 노인 요양보호사, 영광굴비가게, 밭일 등 많은 일을 했다. 고되지 않은 일은 없었다.

하지만 3남매를 키우기 위해 일이 있다면 먼저 달려갔다. 이 씨는 맡은 일마다 똑부러지게 잘해 3남매를 훌륭하게 키웠다. 아들들은 장성해 가게를 두 개나 운영하고, 딸은 힘들게 키워준 어머니를 자주 뵙기 위해 전주로 시집갔다.

장성한 자식들이 이 씨를 도와주곤 하지만 이 씨는 “자식들이 오면 내가 많이 챙겨주고 싶어 일을 쉴 수 없다”며 도동리에 있는 밭에 매일같이 출근하고 있다.

이 씨가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사람은 강옥순(68)씨다. 강 씨는 이 씨가 영광에 다시 정착해 굴비가게를 열었을 때 만났던 이웃 화장품 가게 사장이다. 처음 어색했던 이웃사촌 사이도 잠시 마음이 가까워지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강 씨는 본디 성격이 배려심이 크고 마음이 넓어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지역에 오래 살며 주변 어르신들에게 잘해 동네 소문난 효녀로 정평이 나 있다.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 집에 찾아가 아픈 사람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이 씨는 강 씨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있을 때는 직접 병원에 데려가고 데려오며 집안일까지 도와준다”며 칭찬을 이어갔다.

이 씨는 “원래 친구를 사귈 때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친구로 두라는 말이 있죠. 그런 뜻에서 강옥순씨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어요. 강 씨도 저에게 배울 점이 많아 보여 가까이 지내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둘이 마음이 잘 맞았죠.(웃음) 그래서 지금까지 서로 도와가며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제가 손을 다친 걸 알고 깍두기 담는 일을 도와주겠다며 또 찾아왔었어요.”

이 씨는 다정한 강 씨에게 고마운 점이 많지만, 특히 몇 년 전 남편이 아팠을 때 곁을 지켜줘 고맙다.

“남편이 2010년도쯤 사고를 당했었어요. 후유증이 크게 남았던 사고라 광주나 서울까지 병원을 주기적으로 다녀야 했었죠. 마음이 지치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었어요. 그때 곁에 있어 준 친구가 옥순씨었어요. 저 혼자 남편을 데리고 다닐 때면 항상 같이 가자고 해줘서 외롭지 않았어요. 덕분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고 위로가 많이 됐습니다.”

지금은 곁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준 강 씨가 고맙다는 이 씨. 이 씨는 강 씨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때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내면서 오순도순 잘살아 봅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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