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66. 군인도 직업일 뿐

하루는 케냐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다가 군대에서 겪은 무용담을 풀어놓았다.

그런데 케냐 친구들은 내가 군인이었다는 소리를 듣더니 주춤거리며 낯선 반응을 보였다.

“미스터 송, 그런 사람이었어요?”

어쩌다 그렇게까지 되었냐는, 안쓰러워하는 반응이었다.

케냐 사람들은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복무한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윙윙 돌아가는 날 선 엔진 톱처럼 조심해야 할 존재로 여겼다.

케냐나 한국이나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군인의 기본적인 역할은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왜 케냐 군인들은 존경받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한국에서는 종종 군인 아저씨들에게 편지를 쓴다고 케냐 친구들에게 말해주었다.

대학생 에반스 오몬디 씨는 도통 이해되지 않는지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내게 되물었다.

“그런데 왜 학생들이 군인에게 힘내라는 편지를 써야 하는 거죠?”

“그들이 나라를 지키고 있잖아요. 고된 환경 속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에게 편지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거죠”

“한국 사람들은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지요. 희생. 적합한 단어네요”

“맙소사, 희생이라니!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군인에게 전혀 고맙지도 않고요. 케냐의 군인은 우리를 못살게 구는 집단이라고요”

군인에 대한 케냐인들의 감정은 대게 그런 식이었다.

상인들이 돈을 벌려고 장사를 하듯, 군인 역시 돈을 위해 전투를 하는 것이지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직업의 하나일 뿐 군인들에게 각별한 감정을 갖고 감사해할 필요는 없단다. 아니 감사는 둘째 치고 경멸하고 거리낌 없이 조롱했다.

군인을 타락한 사람 혹은 저주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몇몇은 케냐군의 무능력과 부패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그들의 눈에는 돈을 위해 생명을 던지는 무모한 망나니들에게 힘내라며 위문 편지를 보내는 한국인들이 퍽 이상하게 보였을 법하다.

내가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 화랑 관창 같은 훌륭한 군인과는 너무나 다른, 낯선 모습의 군인이 케냐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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