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62. 잘 먹고 잘 쉬고 즐겁게 지내기

꼼꼼히 대비를 하면 과연 모기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을까?

모두 알다시피 그것은 크리스마스에 명동에 가서 커플을 만나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아프리카에서 몇 달 간 숙소에만 틀어 박혀있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하고 때로는 지저분한 동네도 가야한다. 모기장과 뽀로로 팔찌가 완비된 잠자리가 항상 준비될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분명히 언젠가는 말라리아 모기를 만나게 된다. 설령 모기에 물린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프리카에서 한 달 이상 생활했다면 스스로 말라리아 보균자라고 가정해야 한다.

내게 언제든 말라리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것이 말라리아 예방에서 매우 중요하다.

약을 먹어도, 모기장을 쳐도 결국엔 모기에게 물리게 돼있다니!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일단 여행자보험을 들어놓자. 말라리아로 아플 때 보험금이라도 받아야 좀 든든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 최대한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도록 하자.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는 말라리아 원충이 활동할 수 없도록 억제하는 힘이 있다.

즉,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모기에게 물려도 말라리아가 발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움직여 면역력을 적정히 유지하면 몸 안에 말라리아 원충이 있더라도 병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에는 말라리아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즐겁게 지내야한다. 즐겁고 유쾌하게 살기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장기간 거주해야하는 교민들이 사용하는 말라리아 예방법이다.

이 모든 방법을 동원했더라도 말라리아가 기어코 찾아올 수 있다. 그때 매우 중요한 행동요령이 있다.

절대로 감기라고 쉽게 단정 짓고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약한 감기 증상이라도 현지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안심할 수 있다. 큰 병원이 멀다면 작은 진료소에 가도 괜찮다.

말라리아 초기에 병으로 확진되면 저렴한 치료제를 몇 알 먹고 며칠 푹 쉬면 대부분 회복된다.

하지만 대응이 늦어 몸 안에 원충이 잔뜩 퍼진 후라면 병원에 가더라도 어떤 심각한 상황을 겪을지 장담할 수 없다.

모기의 주둥이를 통해 몸에 들어온 말라리아 원충은 잠복기를 거쳐 충분한 숫자가 모이면 장기를 공격한다. 신장, 간, 뇌 등 몸의 조직을 망가트려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한다.

발병부터 죽음까지 단 2~3주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서둘러 조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괜찮겠지 하고 안일하게 지내는 며칠 사이에 말라리아는 엄청난 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아플 때 절대 참으면 안된다.

말라리아 원충은 몸속에서 1년 이상 잠복할 수도 있다. 심하면 평생 남아있기도 한다.

위험지역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도 말라리아가 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발병 초기에 제압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법이다.

아프리카에서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귀국하고 몇 달 안에 감기증세가 나타나면 병원에 가서 여행 이력을 이야기 하고 제대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귀국할 때 말라리아 진단 키트를 구입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말라리아 약 챙겨먹기, 자기 전에 모기장 치고 살충제 뿌리기, 잘 먹고 잘 쉬고 즐겁게 지내기, 아프면 바로 병원가기, 누구나 할 수 있는 전혀 어렵지 않은 말라리아 극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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