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이순심씨

영광 군남면 장혈마을 마을회관에서 이순심씨가 이세영씨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벚꽃이 떨어지는 오후 한 마을이 떠들썩했다. 영광 군남면 장혈마을 마을회관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문을 두드려보니 코로나로 인해 소수로 모인 주민들이 TV 시청을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장혈마을 주민 이순심(78)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친한 주민들끼리 모여서 논다고 웃어 보였다.

이 씨는 무안 출신으로 슬하에 아들 하나와 딸 둘이 있다. 영광으로 시집와 산지는 48년이 됐다. 시집오기 전에는 일이 무엇인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귀한 딸이었다.

“어렸을 때는 식당 장사하면서 살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이 씨는 식당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으나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시집을 오게 됐다.

아무것도 배운 게 없이 시아버지를 홀로 모시자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몇 년간 집안일을 배우다 30살 중반부터는 농사일에도 뛰어들었다. 처음 해보는 농사에 수년간 몸소 체험하고 고생하며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농사를 시작하는 데 몸이 지쳐가더라고요.”

농사를 짓고 자식을 키우는 데만 시간을 보내니 몸이 하나 둘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일을 쉴 수 없었다.

십여 년 전 시아버지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남은 것은 아픈 몸뿐이었다.

2년 전 이 씨는 허리와 무릎 통증으로 거동이 어려워져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일을 그만두고 마을 친우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농사에 인생을 바쳐온 이 씨가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은 김세영(60)씨다.

김 씨는 일 년 전 장혈마을에 이사 온 새 가족이다. 처음 김 씨를 봤을 때 장혈마을 토박이로 여간 서먹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곧 김 씨의 따뜻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꼭 시내로 나갈 때 저를 불러주고, 태워다주려고 하더라고요.”

다리가 아픈 이 씨에게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은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었다. 약을 사거나 장을 보러 갈 때면 걱정이 앞섰다. 김 씨는 자주 주변 어르신들을 돌아보았고 필요할 때면 운전수를 자처했다.

이 씨는 김 씨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소중하기도 하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한결 걱정을 덜게 된 이 씨는 “매번 찾아와주는 김 씨가 참 고맙다”며 웃어 보였다.

“작은 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매번 고생을 마다 않고 운전해주고 주위를 살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먼저 나서주는 것을 보면 정말 고마워요.”

이 씨는 장혈마을에도 젊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마을 사정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씨는 가족처럼 늘 찾아주는 김세영씨에게 더욱 더 고마운 마음이다.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김 씨의 따뜻한 마음에 동생이지만 늘 많이 배웁니다. 늘 고맙다 세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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