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56. 인류 공동체의 역할

아프리카의 현실은 한국에서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차갑고 냉정했다.

나 따위가 아프리카에서 하는 일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허탈감이 들 정도로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깊이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아프리카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앞서 인용한 유니세프의 통계에 의하면 유아 사망률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1990년 전 세계에서 5세 전에 죽은 어린이의 수는 1,274만 명이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387만 명이었다.

1990년에 비하면 2015년 세계 594만 명,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94만 명의 사망자는 매우 감소한 수치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990년대 신생아 1,000명 중 108명이 5세 전에 사망했지만 2015년에는 56명으로 감소했다.

여전히 세계 평균에 비하면 높은 수치지만 25년간 절반 가까이 수치를 낮춘 것에 고무될 수 있다.

우리가 보내는 작은 후원들이 올바른 곳에 사용되며 꾸준히 유아 생존율을 높여온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아프리카도 할 수 있다. 지금의 암울한 모습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들은 현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몇몇 구호단체의 방만한 경영이 밝혀지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 후원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례만 보고 모든 구호단체를 싸잡아 매도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후원금은 실제로 아프리카를 변화시키고 있다.

만약 그 과정에 잘못이 있다면 고쳐서 더 좋게 바꾸어 가면 된다.

구호단체 직원들이 어려운 사업장에서 소명을 갖고 해내는 의미 있는 활동까지 비난해서는 안 된다.

구호단체의 후원자들은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권리가 있다.

후원자들의 귀한 성금이 한 푼이라도 엉뚱하게 새나가선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국민들은 매우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구호단체의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고 문제를 짚어내며 그들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그리고 후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 돈이 전 세계 수억 명의 어린이들을 살리고 있다.

남을 위한 후원은 우리가 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 중에 하나라는 걸 기억하자.

구호단체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밥 한 그릇 주고 마는 게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심어주려 애쓴다.

아프리카가 변화할 수 있는 답은 어린이에게 있다. 어린이는 미래다. 청소년은 희망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밝은 마음과 건강한 몸을 키우며 자라도록 보살핀다면 아프리카는 아름답게 변화될 것이다.

어떤 가정에 바르게 자라나는 총명한 자녀가 있다면 그 집안은 지금 가난하더라도 밝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꿈이 있는 사람은 함부로 살지 않는다. 가슴속에 미래를 그리면 현재는 덩달아 변화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와 연결된 희망의 끈을 잡게 된다면 그들의 삶은 자연히 달라질 것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가난 속에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더 의미 있는 일이 얼마든지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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