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53. 온실가스 배출 영향

지구온난화는 유독 아프리카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관개시설을 갖추고 농업의 기계화가 이루어진 선진국은 기후변화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천수답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기가 대부분인 아프리카 빈농들은 온난화라는 거대한 재앙을 넘어설 방법이 없다.

가물 때 인위적으로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저수지와 댐이 드물다 보니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으면 작물은 그대로 말라버리고 만다. 농업 전문가들은 케냐의 관개 농지 면적은 전체의 0.03%에 불과해 우기에 맞춰 파종시기를 결정하는 게 중요한데 기후변화로 비 내리는 기간이 들쭉날쭉해지며 갈수록 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나마 아프리카에서 발전된 국가에 속하는 케냐의 사정이 이러하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와 비슷하거나 더 안 좋은 상황에 처해있다.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에는 보통 1년에 2차례의 우기와 건기가 번갈아 찾아온다.

그런데 기후 변화는 그러한 사이클을 없애 버렸다.

몇 달씩 비가 오지 않기도 하고 건기에 비가 내리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된다.

급기야 2017년엔 케냐의 주식인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고 정부는 외국에서 옥수수를 급하게 수입해 성난 민심을 달래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케냐의 주요 수출품인 커피 수확량도 감소했고, 목축업자들은 소와 염소에게 먹일 풀을 찾지 못해 가축 수백만 마리가 폐사했다.

사람들 역시 활량해진 농토에서 더 이상 식량을 구하지 못해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

주기적으로 내리던 비가 제대로 오지 않으면서 수자원은 더 빨리 고갈돼 간다.

케냐 국토의 75% 이상이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된다. 갈수록 물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국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을 위시한 산업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다.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한 보응을 엉뚱하게도 아프리카인들이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온난화로 인해 아프리카인들이 겪는 아픔을 그들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전 지구가 함께 나서서 해결하고 넘어서야 할 과제다.

킬리만자로의 눈물이 인간의 눈물이 되고, 지구의 기침이 사람들도 함께 몸살을 앓게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자연을 후대에 넘겨주기 위해서, 더 심각하게는 인류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지구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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