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52. 사하라에 눈 내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현상은 킬리만자로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아프리카 곳곳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2018년 1월 7일,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렸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아인 세프라 사막 지역에 하루 사이 40cm에 달하는 눈이 쏟아졌다.

사하라 사막의 관문인 이곳에는 지난 2016년에도 눈이 내린 적이 없다.

덥고 건조해야할 사막에 쏟아진 폭설 소식은 세계에 알려졌고 예사롭지 않은 자연의 징후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네바다 주에 위치한 사막연구소(DRI, Desert Research Institute)의 대기과학자 마이크 카플란은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리게 된 원인으로 지구 북반구 전체에 걸친 대기 패턴의 변화를 지목했다.

겨울이 되면 북반구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온 따뜻한 공기가 대치하게 된다.

이때 북극의 찬 공기는 극지방에만 머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틀이 깨지면 차가운 북극 공기가 중위도 지방까지도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북극에서 내려온 한파는 북반구에 극심한 추위를 몰고 오게 되고, 그 공기가 아프리카까지 밀려나며 사막에 눈이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기환경연구소(Atmospheric and Environmental Research) 유다 코언 연구원의 발표는 이러한 주장에 근거를 제시했다. 북반구의 이례적인 한파가 늘어난 것과 1990년대 이후 북극 기온의 가파른 상승이 일치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북극 고위도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2배나 빠르게 기온이 상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17년 여름에 북극 일부지역은 평년보다 20도나 더 기온이 올랐다고 한다.

빠른 온도 상승은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균형을 깨트리고, 마침내 영하 50~60도나 되는 북극 한파가 남쪽으로 밀려 내려와 매서운 추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에 내린 눈은 물론 북미에 불어 닥친 한파, 2017년과 2018년 사이 혹독했던 우리나라 겨울 강추위 역시 같은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음 감염 균의 침입을 받거나 급격한 체온 변화, 과로나 스트레스 등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면 자연적으로 면역체계를 가동시킨다. 열을 내거나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인다.

사하라 사막에 내린 눈은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의 기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온난화로 괴로워하는 지구의 기침 바람이 북극과 유럽을 지나 아프리카까지 도달한 것이다.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렸다는 건 그저 신기한 이야기가 아니라 콜록거리는 지구가 보내는 고통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우리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