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50. 수십 년 이어온 갈등 마침표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경찰 1명이 다가오더니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그와 함께 짧게 기도를 했다. 경찰은 내게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군인도 불쑥 달려 나와 간절한 목소리로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를 해달라고 말했다. 기껏해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어린 군인의 눈동자에는 불안과 공포가 가득했다.

언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전선에서 컴컴한 허공을 주시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념들이 그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을까?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전우들을 보며 그가 느꼈을 두려움의 크기가 어떠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신께서 그를 지켜주실 수 있다면, 미숙한 나의기도가 그에게 한줄기 위로를 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눈을 감고 그의 손을 붙잡고 기도를 했다. 국가의 명령을 따라 전장으로 향하는 죄 없는 젊은이를 지켜달라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대신 싸우는 그가 부디 다피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올리는 기도에 아름다운 미사여구는 필요없었다. 그를 꼭 살려주시고 제발 지켜주시라는 간절한 외침만 계속됐다. 불안해하는 그에게 힘을 주고 싶었는데, 아뿔사, 나는 기도를 하면서 청승맞게 울고 말았다. 그 군인에게 위로를 주지는 못하고 마음 약하게 눈물을 보였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했다. 기도를 끝내며 아멘을 외쳤다.

아멘을 외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눈을 들어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십 명의 학생들이 우리를 빙 둘러서 있었다. 마침 무료교실 수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던 학생들이 우리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곁에서 함께 기도를 하나 것이었다.

전쟁이라는 큰 두려움 앞에서 우리는 다 같이 울고 눈물을 훔치며 부디 이 시련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기원했다. 여러 학생들이 내게 다가와 부룬디를 위해 기도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나의 안전도 빌어주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위로는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힘이 있었다. 그들의 고마운 진심을 느끼면서 나역시 전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전투는 몇 주가 계속되다가 결국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의 중재로 마무리 되었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의 압력에 반군은 전투를 포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평화협정이 진행되어 수십 년간 지긋지긋하게 이어오던 종족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쟁이 끝나던 날, 사람들은 거리로 뛰어 나와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 했다. 이제 더 이상 부룬디에서 후투족과 투피족이라는 종족 차이를 빌미로 싸울 일이 없어진 것이다. 자동차들은 하루 종일 신나게 경적을 울렸고, 누구든지 눈만 맞으면 포옹을 하고 춤을 추며 평화를 만끽했다. 부룬디 전체에 가득했던 행복한 웃음과 기쁨의 물결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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