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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막지 못한 향학열

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2021년 01월 13일(수) 10:30
48. 내 코앞에서 벌어진 전쟁

종족 갈등으로 붉게 물들었던 르완다는 1994년 대학살 이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웃나라 부룬디는 그렇지 못했다. 르완다와 부룬디는 식민지배 기간 ‘르완다~우룬디’라는 이름으로 묶인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다.

벨기에의 식민 통치가 끝나갈 무렵 두 나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쪼개져 각각 독립했다. 남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르완다와 부룬디는 서로 소통이 가능한 매우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며 문화와 인종 등 전반적으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르완다에서 그랬던 것처럼, 1962년 독립 이후 부룬디에서는 투치족과 후투족 사이의 싸움이 멈추지 않았다.

정권은 몇몇 군부 독재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이란 국민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었다.

조직적으로 종족 갈등이 조장되었고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학살과 충돌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무차별 살육과 계속되는 약탈로 지친 국민들은 무의미한 종족 갈등이 사라지고 평화롭기를 원했다.

그러나 극단적인 인종주의자들은 산 속으로 숨어들어가 전쟁을 계속 했다. 정부는 그들을 회유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정부군이 주둔한 수도 부줌부라 이외의 지역에서는 언제 나타날지 모를 반군 게릴라들을 두려워해야 했다. 부룬디의 현대사는 가장 어두운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로 꼽힌다.

2008년 4월, 반군들은 부줌부라를 습격했다. 내가 살던 그 도시 말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내 코앞에서 전쟁이 벌어진 것이었다.

밤이 되면 먼 산에서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들이 심상치 않았다. 어두운 하늘을 찢는 쇠붙이의 날카로운 소리, 묵직한 울림에 섞여 전해지는 둔중한 폭음. 나는 파르르 떠는 손으로 담장을 짚고 고개를 빼 밀어 밖을 내다보았다.

저 멀리 산 중턱에서 차가운 총소리가 퍼져왔고 곳곳에서 예광탄의 길쭉한 불빛이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수도 부줌부라로 진격을 시도하는 반군과 그들을 막아내려는 정부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국제 뉴스로 간간히 접했던 아프리카 어느 가난한 나라의 내전 소식. 그것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남의 나라 문제일 뿐이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 친구 집 강아지가 감기에 걸렸다거나 단골 제과점의 바게트 맛이 변했다는 게 더 관심사였다.

내게 전쟁이란 너무나 먼 과거의 역사, 혹은 영화와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태평스러울 줄 알았던 해외봉사활동 중에 전쟁이 일어날 줄이야. 한동안은 모든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도시 외곽에서 벌어진 전투 소식이 전해져 오고, 부룬디 국립대학교 기숙사에 포탄이 떨어져 사상자들이 발생했다는 속보를 들으며 전쟁이 현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엔 밤에만 들려오던 총성과 폭음은 낮에도 이어졌다. 나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그저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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