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자고 나면 변하는 세상이다. 산이 없어지고, 없던 길이 뚫리고, 몇 개월 있다 방문하면 길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빛원전의 경우는 어떨까. 한빛원전의 성능 위조 짝퉁 부품을 사용한 전력은 전 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다.

한빛원전은 2003년∼2012년까지 위조 검증서를 이용해 237개 품목 7천682개 제품이 납품됐으며 이 가운데 136개 품목 5천233개 제품이 실제 원전에 사용됐었다.

전체의 98.2%가 영광 5·6호기에 설치됐으며 영광 3·4호기와 울진 3호기에도 수십 개씩 사용됐다.

이 짝퉁 부품들은 원전에 사용하는 안전성 품목(Q등급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친 일반 산업용 제품을 쓰도록 인정하는 ‘일반 규격품 품질 검증 제도’를 악용해 납품됐었다.

일반 제품은 별도의 평가·시험을 거쳐 품질 검증서를 받아야 하는 데 문제의 업체는 위조한 검증서로 절차를 밟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빛원전은 어떤가.

위조 부품이 사용됐을 때 원전 당국은 이 부품들이 원전의 핵심설비에는 사용되지 않았다는 궁색한 해명을 한 바 있다.

이번 무자격자 정비에 대해서 한빛원전 측은 “자격시험을 확인할 의무나 책임이 없다”고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무자격자가 원전의 핵심설비를 정비하고, 자격을 갖추는 시험도 대리시험으로 해결했다는 의혹이 확인되고 있는 형국에 이런 무책임한 발언이 가당키나 하는지 모르겠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스탠스를 취하는 건지, 아니면 이런 무책임이 몸에 익어서 면역이 된 건지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할 지경이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들은 충격적이다.

원자로 헤드를 자격도 없고 허위로 자격시험을 보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들이 작업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원전 당국과 정비 도급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정비한 인원들이 무자격자라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정비 인원 40명을 선발했는데 이들 중 일부만 용접 관련 자격증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자격시험을 치르는데 원전 당국과 두산중공업의 입회 없이 작업자들이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은 자격을 갖춘 일부 작업자가 함께 시험을 보는 무자격자의 시험을 대신 봐주는 부정행위가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쯤 되면 국내 원전 운영 관리 실태가 어쩔지 짐작하기에 어려움이 있겠는가.

집안에 솥뚜껑도 이렇게 수리를 맡기지는 않는다. 조선소에 배를 용접하는 용접사들도 이렇게 선발하지 않는다.

하물며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원자로의 뚜껑을 용접하는데 무자격자에 대리시험을 치른 사람들을 고용해 정비했다는 사실이 2020년도에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이 최소 6개월 과정의 전문 훈련을 다시 받아야 하는데도 훈련 과정이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 등으로 일부는 필요한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자격자가 정비를 하고 대리시험이 벌어지고 부실 훈련이 있었는데도 원전 당국은 전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높은 작업 현장에는 관리자가 없었고 작업 현장을 촬영한 CCTV 영상은 부실하게 관리됐다.

주민들은 “무자격자가 공사하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며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전문가가 참여한 조사가 필수적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수원은 “원자력 설비의 용접을 위해서는 국가 기술 자격 또는 기타 자격을 갖추는 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용접기의 조작 능력을 시험하는 자격시험이 수행됐다”며 “두산중공업이 독자적으로 자격시험을 수행했으며, 한수원은 이 과정을 확인할 의무나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복장 터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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