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난맥상…이대로 좋은가]
중. 불법선거 조장하는 금고 선거법

부인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에도이사장은 현직 그대로 유지돼부정선거 사실로 드러났지만“직접 안했으니 문제 없어”새마을금고법 곳곳 사각지대관리·감독체계 허점 ‘도마위’

영광 정주새마을금고 이사장 부인이 남편의 이사장 당선을 위해 금고 대의원에게 고액의 금품을 제공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사장이 직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직계가족의 비위 행위가 적발됐음에도 법의 허점을 노려 불공정 선거 행위를 금지한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기부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지법 형사 10단독(판사 김동관)에 따르면 재판부는 정주새마을금고 이사장 부인인 A씨(57)를 새마을금고법 위반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정주새마을금고 이사장 부인인 A씨는 이사장 선거를 하루 앞 둔 지난 1월28일 오후 9시15분께 대의원 C씨의 집 앞에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며 205만원이 든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당시 부이사장 후보자였던 B씨는 대의원 C씨의 집을 찾아가 “(남편을) 부탁드린다”며 돈 봉투를 건네고 지지를 호소했다.

봉투 안 거액을 확인한 C씨가 놀라 금품을 거절하자 B씨가 대의원의 외투 주머니에 돈 봉투를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 현행 새마을금고법 구멍…감독체계 재정비 시급

A씨가 불구속 기소되면서 재판부로부터 혐의가 인정됐지만 정주새마을금고를 둘러싼 내홍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부정선거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 정주새마을금고가 이사장에 대해 직위를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금고법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새마을금고법 시행령에는 임원의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대상이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을 뿐더러, 불법행위를 적발해도 이를 징계 및 처벌하는 벌칙 법규가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공직선거법 제265조에는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후보자의 직계존속 및 배우자가 기부행위 또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해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임원의 선거운동 제한에 관한 새마을금고법 제22조에는 특정인을 금고의 임원으로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회원이나 그 가족에게 금품·향응,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 제공의 의사표시 또는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만 있다.

선거운동 제한 대상을 선거사무장,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후보자의 직계존속 및 배우자로 구체적으로 명시해 둔 공직선거법과 달리 새마을금고법에는 선거운동 제한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금품·향응 행위가 적발됐을 경우에도 허술한 법 조항 탓에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셈이다.

사실상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후보자 당사자만 아니면 가족이나 임원이 금품·향응 행위를 해도 후보자의 이사장 당선과는 무관하다고 보는 것이다.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직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정주새마을금고 이사장 부인의 금품 제공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도 이사장의 지위는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주새마을금고 측은 이같은 논란과 관련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손 놓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금고 관계자는 이사장의 금품 비리 논란과 관련 “금고 측의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답변이 곤란하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일부 지역 주민들과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품 제공 혐의가 인정돼 유죄가 선고되고 부정선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다”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만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사장은 “처음 선거에 출마한 만큼 저로서는 매끄럽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행법에 의해 당사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법은 이 밖에도 이사장 및 임원 선출방식에 대한 갖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사장의 사유화를 부추기는 대의원제,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관리를 선택해 받을 수 있는 조항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정주새마을금고는 지난 1월, 이사장 선거에서 ‘현직불패’의 통념을 깨면서 화제가 됐지만 당선과 동시에 금품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휩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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