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계간 글의세계 발행인

여기 독거노인이 있다. 자녀들은 객지에 나가 살고, 아내는 연전에 세상을 떠나 혼자 살고 있으므로 독거는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생활에 별 불편이 없어 노인소리는 듣기 싫지만 내년이면 세는 나이로 여든이 되고, 앉았다 일어서면 ‘에고고’ 소리가 절로 나니 내가 왜 노인이냐고 무작정 우길 수만도 없게 되었다. 독거노인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을 노인 천국이라도 한다. 65세가 되면 지하철 무임에서부터 노령연금, 요양보호까지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 노인은 상당부분 이런 혜택을 받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는데 사는 게 무료하다.

노인은 명색이 서생이라 농사는 못 하고 티브이 시청이나 책 나부랭이를 보면서 소일하는데 그것도 한두 시간이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답답하다. 나가고 싶은데 갈 데가 마땅찮다.

그 흔한 카페란 데를 가보면 맛도 모르고 사오천 원을 내야 하는 찻값도 문제지만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손수 차를 갖다 마시는 일도 익숙지 못하다.

노인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영(young) 카페인 셈이다. 터미널 쪽에 다방이라 이름 붙은 곳이 몇 군데 있어 가보았더니 찻값은 저렴한데 단골손님 같은 단체 고객이 대낮부터 화투에 술타령이다. 갈 데가 못된다.

흔한 동네 경로당도 화투 아니면 소주파티로 앉아 있기가 불편하다. 낯선 동네라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옛날 서울에 살 때 노인 거리인 종로2가 탑골 공원 근처를 지날 때면 그곳을 어슬렁거리는 노인들이 한심해 보였는데 볼거리 많고 음식 값이 저렴한 그곳이 노인천국 같아 그립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카페는 있는 모양이던데 거저 말고 실비를 받는 (독거)노인 전용 실버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은 왜 없을까.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노인들도 이래저래 경제력이 있으니 사업성도 전혀 없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생명은 소중하므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은 아니더라도 의식이 분명하고 거동이 가능한 노인에 대한 행복추구권도 이 사회가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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