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톡] 17. 함평 대동면 큰엄마 박정자씨

함평 대동면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박정자씨가 마을학교와 작은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9년 전 다섯 식구 함평 이사와학교, 아이들이 직접 선택해학업보단 정서적 풍요 중요지역 아동 문화, 교육 위해마을학교 시작해 활동 펼쳐

함평으로 이사온 지 9년. 그 당시 양파와 대파가 쭉 펼쳐진 대동면 고시마을엔 아이라곤 박정자(50)씨 세 자녀뿐이었다.

목회 활동을 하는 남편을 따라 연고도 없는 함평군 대동면 고시마을로 내려와 가장 먼저 걱정이 됐던 것은 자녀 학업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기산초부터 대동초, 함평 관내에 있는 초등학교를 한 바퀴 돌았어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대동향교초등학교를 직접 선택했어요. 작은 학교지만 정서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았습니다. 주위사람들은 ‘왜 큰 학교를 안 보내느냐. 경쟁력 있는데서 가르쳐야하지 않겠냐’ 했지만 저는 작은 학교가 좋았어요. 중학교 역시 작은 학교를 보냈구요.”

대도시에 계속 살았다면 아마 다른 엄마들처럼 자녀 학업에만 몰두에 학교부터 학원까지 공부에만 집중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씨는 함평에서 자녀들이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커가길 바랐다. 자연을 벗 삼아 정서적으로 풍족해지며 자유롭게 자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자리한 고민도 있었다.

“아이를 가르치다 보니 예체능같이 미술이나 음악, 체육을 배울 곳이 없었어요. 전문적으로 배우기는 지역에서는 힘들고 타지로 가야하니까요. 함평에 청소년 놀이 문화공간이 너무 절실하죠.”

예체능을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됐다. 특히 대동면에는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이 없는 상황이었다.

마을엔 15명 남짓 되는 아이들끼리 모여 뚝길을 걷어나 동네 한바퀴 돌며 소소한 시간을 보냈지만 분명 아이들을 위한 공간, 정서적으로도 편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마을학교 교육공동체이다.

“대동에 공부방, 지역아동센터가 없어서 ‘우리 해보자’ 한 게 이렇게 됐어요.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돌봐도 주고, 악기도 배우고 그렇게 차츰차츰 시작한 게 점차 커지게 됐어요.”

대동향교 마을학교를 진행하면서 강사들을 위한 장소 공간의 협소함, 인력부족 등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가장 아쉬웠던 건 ‘인식변화’였다.

“지역 어르신들이 ‘뭣하러 그런 거를 하냐’, ‘여기서는 뭐 안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셔서 같이 참여를 하는 게 어려울 때가 많아요. 마을 학교에 대한 지역민들의 사고의 전환도 필요해요. 그래야 아이와 어른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마을학교가 지속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간혹 마을학교에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도와줄 거 없냐’라고 묻고 가는 어른들의 한 마디에 힘을 얻을 때도 있었다. 마을학교가 유익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시골에서 뭐해?’, ‘아이들 교육은 되냐’고 물어봐요. 오히려 할 것, 볼 것이 많았어요. 일거리가 많아 저는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거든요. 아무것도 안하면 안 가는 시간이지만 마을과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조금씩 하다보면 해야 할 일들이 굉장히 많아요.”

박 씨는 큰 학교뿐 아니라 작은 학교가 잘 유지되는 것도 어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이윤을 추구하는 수익사업이 아닌 영향력 있는 미래 꿈나무를 키워가기 때문에 다양한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학교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생각해요. 작은 학교는 좀 더 큰물로 내보낼 수 있는 기초 ,체력 단련 단계에요. 누군가 지역에 이사 온다면 작은 학교, 마을학교를 권하고 싶어요. 시골엔 ‘느림’, ‘기다림’이 있어요. 나는 도시보단 이 삶이 좋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 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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