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36.백인을 습격하다

1952년, 괴한들이 백인을 습격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들은 낮 동안엔 산 속 덤불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백인 농장을 공격했다. 백인들이 하나둘 살해됐고 이주민 사회는 뒤숭숭해졌다.

영국인은 조용하게 말을 잘 듣던 키쿠유 사람들이 갑자기 난폭하게 변한 것에 놀라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습격자들은 ‘마우마우’라고 불렸다.

깊은 밤, 백인 농장의 일꾼들과 주민들이 소리 없이 모였다. 마우마우 단원들이 민중들에게 독립 의식을 교육하고 믿을만한 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소집한 비밀 집회였다.

마우마우 단원들은 백인을 몰아내려면 케냐인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로 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석한 사람들은 케냐에서 백인을 쫓아내는 데 목숨을 바치겠다는 비밀 결사를 조직했다.

안타깝게도 다른 의견을 가진 들은 가혹한 대우를 받았다. 맹세를 거부하면 백인을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됐고 폭행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마우마우의 비밀 결사 의식을 통과한 남자는 백인을 습격할 때 동참해야 했고, 여자들은 음식과 은신처를 제공해야 했다. 맹세를 한 사람은 누가 마우마우 단원인지 발설하지 않고 비밀을 지켰다.

많은 사람들이 비밀 맹세를 했지만 평소에는 그와 관련된 대화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은밀한 지령에 의해 사람들은 움직였고 백인들의 피해는 계속됐다.

영국 식민 정부는 경찰과 군인을 동원해 마우마우에 협력하는 사람들을 색출하려 했지만 농장 일꾼과 마을 사람들은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딱 잡아뗄 뿐이었다. 백인들 앞에서 흑인 사회 전체가 거대한 연극판처럼 움직였다.

화가 난 영국은 다른 어떤 식민지에서도 하지 않았던 가장 폭력적인 방법으로 케냐의 독립운동을 진압했다.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경찰은 아무 집에나 불쑥 들어가 집안을 홀랑 뒤집어 놓곤 했다. 5만5,000명의 영국식 재판에서는 1,090명의 남자가 서형 선고를 받았고, 30명의 여자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후에 초대 대통령이 되는 키쿠유족의 지도자 조모 케냐타는 체포돼 7년 간 감옥살이를 했다. 강한 압박에 못 이겨 비밀을 누설하는 변절자들이 생겨났고, 비밀 맹세에 참여한 사실이 발각된 이들은 수용소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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