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글의세계 발행인
양대성

‘꽃보다 고물’은 KBS1 인간극장의 최근 제목이다. 필라테스(근육강화운동) 강사로 잘 나가던 변유미씨(35세)가 나이의 벽에 부딪혀 이모네가 하고 있는 고물상을 연줄로 소위 30대 여성 고물업자가 된 내용이다.

젊은 여인의 가냘픈 몸으로 매일 소형 트럭을 몰고 폐품을 모으려 쓰레기장을 누비는 모습이 자못 성스럽다. 노력한 만큼, 움직인 것만큼 소득이 나오는 정직성이 마음에 들어 몸은 고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평소 변두리 후미진 곳에 버려져 있는 생활 폐기물은 물론 건설, 산업, 농사 폐기물들을 보면서 ‘방치하면 공해이고, 분리수거하면 자원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기에 그 프로를 더 눈여겨본 것 같다.

우리 어려서는 산에서 낙엽을 모아다가 불을 지펴 밥을 하거나 국을 끓였고, 불을 지피고 남은 재는 한곳에 모아 썩혀 퇴비로 썼으며, 남은 음식물도 가축에게 먹여 100% 재활용했다.

조금이라도 화력이 있는 폐기물은 아궁이로 들어갔고, 헌 고무신짝이나 양은냄비 같은 재활용 폐품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엿장수가 거둬갔다. 자원이 귀하던 때라 돈이 되었으리라.

장날이면 공병을 시장에 가지고 나가 등유나 다른 기름을 사왔고, 소주나 막걸리도 주전자나 빈 용기를 동네 주막이나 술도가에 가지고 가 받아다 마셨다. 이래저래 쓰레기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물자가 풍부한 오늘날은 어떠한가. 마트에 가보라.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 모두 포장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자연히 각종 쓰레기가 양산돼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우리 국토가 상당부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물 수집차라도 자주 다녔으면 좋겠는데 보기가 힘들다. 수지가 안 맞아서일 것이다.

손수레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파지나 고물을 줍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어찌 보면 애국자일 수 있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일당이 나오도록 고물 값을 올려줬으면 싶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연구하면 방법은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미 씨의 선택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보고 많은 젊은이들이 꽉 막힌 실내에서 컴퓨터 모니터의 노예되기만 선호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어떤 스펙도 요구하지 않는 이 직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잘 하면 소득은 물론, 이런 사소한 일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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