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시작됐지만 장마가 떠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게릴라 특공대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엄청난 폭우를 쏟아낸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해 여름휴가를 떠나거나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할 텐데, 장마에 코로나에 특별한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게 됐다.

이번 막바지 장맛비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로 내리며, 곳곳에서 산사태와 제방이 무너지면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통상 시간당 20~30mm가 내리면 비가 많이 왔다고 하는데 시간당 100mm가 넘는 비를 경험한 주민들은 “살다 살다 이런 비는 처음 본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광군도 지난 29일 200mm의 물폭탄을 경험했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29일 오전 8시 44분까지 1시간 동안 영광군에는 66.4㎜ 폭우가 쏟아졌고, 낙월도 63.5㎜, 염산면 55.5㎜ 등 시간당 50㎜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런 폭우가 몰아치면 비 피해가 속출하는 법인데 상대적으로 영광군의 피해는 적었다. 군서면과 낙월면에 각 1명씩 2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경로당으로 피했으며, 농경지 침수피해와 제방 6개소가 일부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선제적 대응이었다는 분석이다. 장맛비가 내리기 전에 소하천 정비를 마쳤기 때문에 큰 비도 원만히 빠져나갔고, 교량에 중장비를 투입해 떠내려 온 부유물을 즉시 제거했다.

이번 주 장맛비가 물러가면 폭염이 몰려올 전망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여름의 불볕더위는 늦게 시작하는 만큼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예측하고 있다.

많은 비의 비 피해와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길어지는 것.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비가 많이 와서 비 피해도 만만치 않지만 긴 가뭄으로 논·밭이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지면서 물이 없는 고통도 상당한데 말이다.

영광군도 가뭄이 길어질 때 식수원이 곧 바닥을 드러내는 아찔했던 시간도 있었다. 영광 최대 상수원인 ‘연암제’가 바닥을 보일 때 상수원 관계자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평림댐의 30%에 달할 정도로 큰 상수원이지만 지리적 특성상 좀처럼 넘실거리는 만수위에 도달하지 못했다. 축조되고 나서 한번만 그것도 잠시 만수위에 도달했다고 한다.

김준성 군수는 “‘연암제’가 90%까지 수위 확보가 되면 내가 돼지 한 마리 잡겠다”라고 말했었는데 2020년 8월 드디어 만수위에 달했다고 한다. ‘연암제’가 만수위에 달하면 영광읍민들의 식수원 문제는 날씨와 큰 상관없이 2~3년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게릴라성 폭우로 인해 비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웃을 수도 없고, 돼지를 조용히 잡아야 하는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성경에도 비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구약성경을 시작하는 창세기에 나오는 내용인데, 비가 40일 동안 밤과 낮이 없이 계속해서 내렸다.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육지의 가장 높은 산을 덮었다고 한다. 이 비의 피해를 기록하자면 사람으로부터 육축과 기는 것, 공중의 새까지 육지와 하늘의 모든 생물이 죽었다.

노아의 방주가 등장하는 시기이다. 노아는 바다에서 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산에서 배를 만들고 있었다. 항공모함에 버금가는 배를 산에서 만들고 있었으니 당시 모든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지 않았겠는가.

조롱을 받았지만 노아는 배를 만드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는 올 것이고, 이 산 뿐만 아니라 모든 지면을 쓸어버릴 비가 올 것을 알았기에 노아는 계속해서 배를 만들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있었고, 그 갈림길대로 나뉘었다. 방주 안에 있는 사람만 살았고, 방주 밖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그러나 노아는 여호와께 은혜를 입었더라’‘노아는 의인이요. 당세에 완전한 자라’

성경에서 물은 심판을 의미하기도 한다. 심판에서 건짐을 받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방주 안에 머무는 은혜를 입었는가에 달려 있었다. 게릴라성 장맛비를 보면서 하나님의 심판이 다시 온다면 나는 은혜 입은 위치에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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