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쉿, 소리 없이 강하다' 예전 중형 대우자동차 광고 문구에 들어가 있는 표현이다. 대우그룹은 소리 없이 강했지만 소리 없이 문을 닫은 그룹이 됐다.

김우중 회장은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밖에서 더 바쁘게 뛰었던 경영인이었다.

정말 세상은 넓은 것인가. 얼마나 넓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골의 어느 마을, 그 마을들이 모여 있는 행정단위 읍·면, 기초단체, 광역단체 그리고 국가로 구성돼 있는 이 사회구조는 세계 어디나 별반 차이가 없다.

시골의 마을들은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기록적인 태풍들이 지나간 뒤라 올해는 어느 때보다 수확의 기쁨이 더할 것이다. 마을과 기초단체들은 어떨까.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양돈농가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기초단체에 있는 양돈농가 전체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들을 전부 수매해 살처분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전시에도 없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 번 ASF가 발병하면 그 농장에서 다시 돼지를 사육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하니 망하는 걸 넘어 공포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광역단체와 국가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두 달이 다 되도록 ‘조국정국’이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두 기관차가 기관사도 없이 또 브레이크 시스템은 고장난 채 폭주하고 있는 모습이 지금의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감사한 건 태풍이 오면 필연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있지만 자연적으로 보면 우리가 정화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힘으로 바다를 뒤집으면서 산소를 공급하는 일, 대기 순환을 통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엄청난 일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지구가 생채기를 하면서 자정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국 정국도 이런 태풍처럼 우리에게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을 가져왔으면 한다. 수십만 명, 수백만 명이 모여서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주장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조국 정국이 지나고 나면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쓰레기들이 드러나고, 새로운 생태계를 이루는 것처럼 이번 우리나라를 휘몰아치고 있는 이 태풍은 각 계층별, 진영 간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할것이다.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접한다. 언론인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바를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게 이번에 정국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다.

언론을 이야기 하면서 '저널리즘'이나 '정론직필'의 단어들이 따라다니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러한 단어들은 이상에 불과하고 '진영논리'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게 흘러갔다.

자고나면 새로운 사실이 튀어나오지만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을 뿐더러 포장하고 사실과 상관없이 자기가 말하고 싶은 방향으로 떠벌릴 뿐이다.

종착역이 어딜 지는 모르지만 아마도‘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에서 비행기가 나오는 것처럼 시작과 종착역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 중심에 품고 있는 쓰레기 같은 것들이 이번 조국태풍을 통해서 다 드러나고 곪아 터져서 생살이 돋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발전적인 사회로 변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아니다. 중국은 이미 ASF로 인해 절반의 돼지들이 살처분 됐다고 한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은 이제 공공의 적이 됐다는 평을 듣는다.

아니, 조롱거리 비슷한 희화화되고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더 구체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거론되고 있다.

세상은 넓다는데 어쩌면 다 같은 세상이 아닐까?성경 전도서에는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마음에 대한 기록이 아닌가 싶은데, 강물을 쉼 없이 흐르지만 바다를 채우지는 못한다.

내가, 우리가 진영 간 주장들이 넘쳐나지만 결국 바다를 채우지는 못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채우지 못 할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려 내 마음을 내어주고,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고가 절실한 형국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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