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장성군 장성읍 백계마을

▲백계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비옥한 땅을 가진 백계리함박눈이 내리던 지난달 23일 기자는 장성읍 백계마을로 향했다.

흰 백(白)자에 닭 계(鷄)자를 써 흰 닭이라고 불리는 백계마을 뒤에는 닭 머리라는 뜻을 가진 계두봉이 위치해 있다. 김해 김씨가 입성해 터를 누리고 살아오고 있는 이곳은 현재 58세대, 103명이 거주하고 있다.

회관 안에는 이야기꽃을 피우던 마을 주민들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이곳 주민 분들이 대부분이 젊고 건강해 보였다. 비결을 묻자 “맨날 웃고 살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살아서”라며 입을 모았다. 김명숙(59)이장은 “우리 동네 분들은 다 젊으셔요. 우리 마을이 모범마을이고 장수마을이에요”라고 말했다.

▲ 백계마을 사람들, 첫번째 줄 맨 왼쪽이 김명숙(59·여) 마을이장이다.
마을 소개를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옛날에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가 계시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이후 주민 분들이 말한 분인 김종용(82)씨가 문을 열고 들어와 마을소개를 했다. “옛날에 박문숙 여사가 호남지방을 순시를 하면서 쭉 돌아봤는데 호남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이 백계리라고 했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전라남도 4대호가 생겨서 비옥한 땅이 됐지만 옛날에는 모를 심으면 다 타버려서 모도 심지 못한 곳도 있었다. 백계리 만큼은 물의 수온이 좋아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잘 짓고 살았다. 김종용씨는 “박문숙 여사가 이곳을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지칭을 해줬어. 그래서 우리가 자긍심을 가지고 살고 있제”라고 말했다.

살기 좋은 곳이라 지칭을 받은 백계마을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백계마을에 들어오게 되면 훈짐(사람들 사이에 나누는 따뜻한 인정)이 난다고 해 훈짐을 유지하며 살았지만 이후, 고속도로가 마을 앞에 생겨나게 된 이후 마을로 들어오는 모든 길이 막혀 다른 곳에 비해 두 배로 비쌌던 집값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어 옆에 있던 서양귀(87)씨는 “예를 들어, 옛날에는 집값이 천원 나간다고하면 여기는 이천원 나갔죠. 그런데 지금은 저쪽이 만원 나가면 여기는 천원 정도 밖에 안 나가요”라고 말했다.

그때 그 시절 도깨비불옛날 공기가 오염이 안 됐을 시절 지금보다 밤하늘에 별이 훨씬 반짝거렸다.

그때 백계리 마을에는 도깨비불이 있었다. 도깨비불은 황룡교에서 넘어오다 사라지다 이후 다시 나타나 마을 앞 도로까지 오는 것을 마을주민들은 종종 보곤 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얘기를 들려주겠다며 김종용씨가 이야기를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에는 사람이 죽으려고 하면 혼불이라는 것이 있어. 그 혼불이 나가고 얼마 후에 마을에 초상이 나지”라며 “옛날에는 혼불, 도깨비불 그런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 가 없지”라고 말했다.

또한 옛날 이곳 어르신들은 삼배 짜는 일을 했다. 옆에 계시던 봉양기(75)부녀회장은 “여기 어르신들이 선배를 짜서 내는 일도 하셨어. 지금은 나이들이 잡숴가지고 그런 일감을 못하지. 나부터도 나이 많이 먹었다고 퇴짜 당하는데.. 일흔다섯이면 아직 괜찮한디”라고 말했다.

칠십 대도 청춘이다칠십까지 살기도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칠십대이면 젊다.

백계마을은 칠십, 팔십이 되면 각자 십만 원씩 걷어 축하금으로 준다. 김 이장은 “칠십, 팔십대가 되면 본인들이 마을에다 약간의 대접을 하셔요. 그래서 우리도 보답을 하는 거죠. 우리 마을은 그렇게 화합하고 살아요”라고 말했다.

김종용씨는 “칠팔십 기념으로 낸 돈을 가지고 부락민 전체가 추억도 만들고 즐거움을 갖죠. 본인들이 돈을 내 놓기도 하지만 자식들이 알고 부모들을 위해서 내주기도 해요. 그것이 부락민 전체가 단합된 모습이죠”라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갖는 특별한 날백계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노인 분들에게 식사대접을 한다.

군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음식들을 장만해 어르신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며 평소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날을 가진다.

김 이장은 “평소에는 밥에다가 김치에다가 먹는데 오늘 같은 경우에는 고기도 굽고 나물도 해서 노인분들과 다 같이 식사를 해요”라고 말했다.

서양귀씨는 “매일 식사를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노인 회원들의 의견도 듣고, 좋은 행사들을 토의하는 시간을 갖는 날이 오늘이에요. 마침 그 날에 오셨네”라고 말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고 한 달에 한 번가지는 노인식사대접에 기자도 참여했다. 쌈 하나를 싸서 우리 손녀 같다며 쌈을 넣어주는 어르신의 모습에 할머니의 따뜻한 품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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