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머리카락 한 가닥

▲ 한국어 홍보를 같이 간 마이펠로와 함께.

하얀 피부에 긴 생머리는 한국에서 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필자는 현지인 여학생 마이펠로와 함께 지부 근처인 가보로네에 위치한 날레디 고등학교(Naledi Secondary School)에 한국어 아카데미 홍보를 나갔다.

필자와 마이펠로는 학교 내 홍보할 곳을 찾아 돌아다녔다. 갑작스런 동양인의 방문에 학생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필자에게로 모여 들었다. 수십 개의 눈망울이 플래시처럼 필자를 향해 쏟아졌다. 학생들은 “어디서 왔어? 중국인이야?”라고 물었다.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자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서툰 영어실력으로 홍보를 하는 필자를 좋아해주고 반겨줬다. 알고 보니 학생들 대부분은 K-POP과 한국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한참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키득키득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필자의 서툰 영어 때문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앞에서 홍보를 듣고 있는 학생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필자 뒤에 있었다.

설명을 이어가는데 누군가 필자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뽑았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곱슬머리를 하고 키가 작은 한 여학생이 필자의 머리카락을 들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너도 나도 뽑으려고 달려 들었다. 마치 먹이를 서로 가져가려고 하는 하이에나를 연상케 했다. 이러다가 대머리가 될 것 같았다.

황급히 머리를 묶고 모자를 써 머리카락을 사수했다. 뽑은 머리카락을 다시 돌려주라고 하자 그 여학생은 집으로 가져간다며 머리카락을 주머니 속에 황급히 숨겼다.

아프리카인들의 머리카락은 아무리 길러도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위로 부풀며 꼬부라진다. 태어났을 때부터 곱슬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아프리카인에게 긴 생머리는 신기하고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이들은 긴 생머리를 가지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 머리카락을 생 모발과 함께 땋아서 긴 머리를 만들기도 하고 스트레이트 약을 발라 머리를 펴서 생머리를 만들기도 한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라도 주머니에 담아 가져가고 싶은 여학생을 보며 이곳에서 긴 생머리가 얼마나 가지고 싶은 선망의 대상인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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