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탐방] 23. 영광 군서면 보라리1구

보라리 1구 보라마을을 바라본 전경

영광소방서를 지나 23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넓게 펼쳐진 농경지 사이로 커다란 돌비석이 보인다. ‘살기 좋은 보라마을’이라 쓰여진 돌 비석은 가는 이의 시선을 훔친다.

마을지형이 비단보자기 안에 형성된 것 같다고 해서 보라마을이라 불린 이 마을은 보라리 1구와 2구로 나눠져 있다. 농번기가 한창인 지금 논 마다 어린 모들이 심겨져 있다.

돌비석 옆에 서서 마을을 바라보니한 쪽에는 논 밭이 광활하게 펼쳐져있고, 다른 쪽에는 마을이 길 따라형성돼 있다.

마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마을 정자와 커다란 회화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 두꺼운 동아처럼 보이는 짚으로 엮인 새끼줄이 오래된 회화나무에 둘러져있다.

마을 사람들 기념촬영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마을 회관이 위치해 있다.

마을 회관 안에 계시던 김영상(75) 보라리 노인회장은 “여기가김해김씨, 광산 김씨, 한양조씨가 집성촌을이루던 마을인데 객지 사람들이 여기 와서 살면서 불편함 없이 텃세 안 받고 성공해서 살다간 마을이다”라며 “공기 좋지, 범죄 없지, 서로 위해 주지. 그래서 살기 좋은 보라마을이라 불리는 거에요”라고 마을 소개를 한다.

“범죄없는 마을이라 여기 사람들 다 문 열고 살제. 누가 남의 집 가도 안해”라고 양영두(75)씨가 말했다.

현재 1구 보라마을에는 60세대 9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당산나무
500년 역사당산제와 마을농악

보라 마을 역사는 약 500년이다. 마을 회관 앞 새끼줄이 감긴 나무가 500여년 정도 된 할머니 당산이다.

“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쭉 마을 사람들이 당산제를 지내고 있어요. 또 여기가 자연부락이라 보라리 안 5개 마을이 매년돌아가면서 제물을 준비해요. 우리 마을은농악도 해서 각종대회에서도 우승 많이 했지요”라고 김동수(65) 마을 이장이 말했다.

마을 회관 안에는 마을 사람들이 각종 상장과 트로피, 기념 사진이 걸려있다.

또 방마다 농악에 쓰이는 악기와 의상이 정돈돼 있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보라마을 당산제는 마을 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이다.

마을 사람들은 당산제를 진행할 때 농악대의 풍물놀이와 함께 당산에 제물을 진설한다. 이 후 각 가정을방문해 각종 굿을집안 구석구석 돌면서 굿을 치는 지신밟기를 한다.

“예전에는 한 달 동안 농악을 했어요. 1번 할 때 마다 8시간 정도 걸렸어요. 더 재미있는 건 당산제 할 때 여자 남자 나눠서 줄다리기를 해요.

여자가 이기면 마을에 풍년과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해서 남자들이 몰래 일부러 져줘요”라고 마을 이장이 말했다.

“64년도 월남 파병 때 우리 마을에서도 20명 갔었어요. 근데 1명도 다친 사람 없이 무사 귀환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게 당산할머니가 지켜줘서 그런 거라 생각했었죠.

또 다른 마을 전염병 돌 때 우리 마을만 전염병이 안 돌아서 당산 할머니 덕이라 생각했죠”라고 노인 회장이 말했다.

가뭄과공사 “이번 가뭄 때 농업 용수 공급때문에 엄청 고생했어요.

마을에 있는 연방죽의 물도 모두 바닥이 드러나서 농사를 하냐 마냐 다들 난리였어요. 근데 면장님께서 이번에 제일 신경 많이 써줬죠. 추진력도엄청나고 면장님 노력을 마을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죠”라고 마을 이장이 말했다.

농번기가 한창이 지금시기에 보라 마을도 최근 극심한 가뭄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1구 농지 면적은 논 14만평, 밭 6만평정도가 된다.

“지금도 사실 임시방편으로 농업용수가 공급되고있긴 하지만 언제바닥 날지도 모르고 어서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라고 김영동(71)씨가 말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상하수도 공사 때문에 세멘을 입히는 공사가 덜 돼서 여기 마을은 이면도로가 고르지 못해요. 마을 노인분들이 연로하셔서 자칫 많이 다쳐요. 부상 사고가 없도록 아스콘을 깔아 시일 내에해결됐으면 좋겠어요”라고 감영동씨가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마친 후 마을을 나온다. 마을 정자에 앉아 비단보자기처럼펼쳐진 광활한 논을 바라본다.

저 멀리서 보이는 마을 비석. ‘살기 좋은 보라마을’ 이름처럼 다시 살기 좋은 마을이 됐으면 하는 마을 사람들의 소망이 이뤄지길. 민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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