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면 남산리 남산마을

▲ 지난 10일 남산마을 주민들이 마을 회관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 줄 첫번째가 마을이장 김공도씨이며, 맨 오른쪽이 마을가꾸기 추진위원장 황대권씨이다.

어둑어둑한 구름이 점차 옅어지는 지난 10일, 대마면 남산리 남산마을로 향한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오래된 나무 세 그루 사이로 위치한 마을 정자가 보인다. 마을 길가에 모짜리 작업이 한창인 마을 주민들이 볍씨를 모판에 뿌리고 있다.

▲ 볍씨 모짜리 작업인 한창인 마을 주민들
▲ 과거 남산마을 지형. 태청산 능선이 마을을 감싸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옆에 서서 마을 전경을 둘러보니 마을이 산 능선을 따라 감싸져 있는 형상이다. 전경도 잠시, 마을에 유일하게 위치한 식당을 지나쳐 마을 회관으로 향한다. 회관 안에는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담소를 나누고 있던 마을 주민들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 마을 논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개구리섬
뱀의 먹이 ‘개구리 섬’마을을 감싸는 능선의 주인공은 영광 대마면과 장성 삼서면 경계에 있는 높이 593m의 태청산이다. 산 능선이 뱀 몸통 같아 뱀이 산에서 밥 먹으러 내려오는 형상이라 해 사주(뱀)혈이라 불린다.

“뱀이 먹을 것을 찾으러 내려온 것이니 옛 어른들이 먹을 것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개구리섬을 만들었어요” 마을가꾸기 추진위원장 황대권(63)씨가 설명했다.

지역의 풍수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고치는 술법인 ‘비보풍습’으로 옛 마을 주민들이 뱀의 먹이 ‘개구리 섬’을 만들었다. 조선 중·후기 시대에 만들어진 개구리섬은 마을 논 한 가운데 위치하며 3그루의 나무가 우뚝 솟아 있다.

“이번 해 1월에 고대문화재연구원에서 이 시골에 있는 걸 어떻게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한다고 왔었어요. 고분인줄 알고 땅을 파 헤치고 연구하더만. 근데 고분이 아니래요” 마을 이장 김공도(66)씨가 말했다.

“기자님 취재 다녀도 논 한가운데 개구리 섬 있는 곳은 없을 거에요”라고 황대권씨가 덧붙였다. 실제 개구리섬을 보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흔적이 있다. 자갈, 돌 등이 맨 밑 부분에 1m정도 쌓여져 있고, 그 위로 흙으로 쌓아 총 약 3.5m 높이이다.

“태청산 능선 쭉 뻗은 걸 보면 중간에 이가 빠진 곳이 보여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끼리 풍수도를 완성해서 그곳을 다시 채우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다 같이 마을 가꾸기 사업을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이장 김공도씨가 말했다. 마을 회관 안 벽면 큰 거울에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마을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붙여져 있다. 큰 종이에 마을 사업에 대한 의견이 쓰여진 메모지가 빽빽이 붙여져 있다.

일남산…마을 한글학교“우리 마을이 영광군에서 제일 좋은 마을이다 해서 일남산이라 했제. 산수, 물, 마을이 너무 좋은 곳에는 일자를 마을지명 앞에다 붙였당께”라고 마을 풍수지리에 대해 듣고 있던 이규범(85)씨가 말했다.

“옛날에는 마을이 80여촌 쯤 됐는데.. 마을이 참 풍요롭고 교양도 있어서 참 잘 살았제”라고 이종환(82)씨가 이어 말했다.

“남산마을이 영광군에서 제일 큰 마을이 아닐까 싶어요. 태청산 전체가 남산리에요. 여긴 남산 1구인거죠”라고 이장 김공도씨가 말했다.

현재 32가구 60여명이 거주하는 남산마을은 옛 마을의 명성을 되찾고자 지난 해 8월부터 한글학교를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매주 월,수,금 3회 실시한 수업은 최근 사정으로 인해 월, 금 2회 실시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마을 발전을 위해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한 게 한글학교였어요. 공모사업과 별개로 마을 어르신 중에 까막눈이 많이 계셔서 한글학교를 여는 게 좋을 것 같아 시작했어요. 그러다 전남 마을공동체 사업 공모 신청 후 선정되면서부터 지원받으면서 계속 수업을 하고 있어요”라며 “원래 어르신들이 연로해지셔서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아서 뭣하러 하냐’ 했지만 초급반을 시작하고 벌써 중급반 시작하는 단계가 됐어요”라고 황대권씨가 말했다.

“맞어. 글을 읽을 수 있응께 좋당께. 글을 못 배웠응께 엄청 답답했제” 옆에서 듣고 있던 이경이(88)씨가 말했다. “그려. 또 선상님이 갈쳐 주니께 너무 고맙제. 너무 열정적으로 갈쳐주니까 선상님 좀 많이 챙겨줬음 쓰겄어”라고 박영순(81)씨가 말했다.

읍내에서 매주 강의 하러 오는 외부선생님은 사비를 들여 기름 값, 수업비품 등 자발적으로 수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온다. 그런 강사님께 급여를 많이 못 드려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처음 한글학교를 시작할 때 대마면사무소에 지원 요청을 해 간식비 정도의 지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중단됐다. 또 군에서도 외부강사를 고용해 지원하고 있지만 급여가 소정이라 부족하다고.

“한글학교를 하면서 마을 분들이 회관에 모여서 식사도 함께하고 자주 보니까 화합의 장으로써 역할도 많이 해요”라고 백인숙씨가 말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겁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황대권씨는 “뭔가 도전하는 게 있어야 재밌죠, 그런게 없으면 뭔 재미로 살겠습니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뭔가를 한다는 게 대단한 거에요”라고 말했다.

"나무가 자라면서 들어부럿제""우리 마을에 당산제도 있잖여. 그것도 얘기해"라며 이순임(83)씨가 말했다.

"아. 우리 마을에 원래 열두 당산이 있었어요. 20년 전만해도 12당산을 돌아다니며 당산제를 지냈는데 요새는 한 군데만 당제를 지내고 있어요"라고 이장 김공도씨가 이어 말했다.

"새마을 운동 때 경지정리하면서 몇 그루 당산나무가 많이 사라졌죠. 그 당시 제각, 비석 , 뭐, 마을 중요 문화 유산이 많이 사라졌었어요"라고 황대권씨가 말했다.

"그 당산 전설도 있잖여"라며 김기남씨가 당산에 얽힌 전설을 설명한다. 과거 갓을 쓴 사람이 당산나무를 지나치다 갓이 당산나무 가지에 걸려 갓이 벗겨졌다. 그래서 이 사람이 집으로 돌아와 톱을 챙긴 후 다시 당산나무 앞으로 와 가지를 베어버렸다. 그 후,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손해를 보는 등 안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는 전설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기남(73)씨는 "고인돌이 나무에 바짝 붙어져 있었어. 근디 나무가 자라면서 들어부렀제. 참으로 신기해. 그게 마을 대표 할머니당산이제"라고 말했다.

마을 분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회관을 나와 개구리섬, 당산나무, 마을 저수지를 둘러본 후 탐방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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