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카슈넛과 프란시스

현지친구와 단원이 카슈넛을 굽고 있다.

감비아란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보다 처음 들어본 독자들이 많을 듯하다.아프리카 서부에 붙어있는 나라다. 지도를 보면 왼쪽 불룩 나온 부분에 세네갈이 있는데 세네갈이 둘러싸고 있는 나라가 감비아다. 감비아는 지독히도 가난한 나라다. 가난한 나라의 특징은 독재정치가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난주 우리 언론에 감비아 뉴스가 나왔다. 대선결과에 불복해온 야흐야 자메 대통령이 마침내 퇴진한 뒤 해외 망명하기로 했다.

어느 나라나 국민의 힘은 위대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1000만 촛불혁명처럼 말이다.

그 감비아에서 필자는 1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가난함은 서러운 일이지만 가난한사람들 특징은 순박하다 할 수 있겠다. 잃어버린 모자를 주인 찾아주겠다며 4시간을 터벅터벅 걸어와서 주인에게 주고는 수줍어하며 간다는 말도 제대로 않고 돌아가는 그들이다.

우리의 삭막한 인심과 대조돼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낯선 감비아에 곧바로 적응하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친구처럼 지낸 자타, 엄마처럼 측은한 눈빛으로 돌봐주던 안티메리,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립다.

한번은 시골마을에서 봉사를 하다 프란시스라는 남자아이를 만났다. 초등학교 5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는 불쑥 내게 다가와 무언가를 건낸다. “프란시스, 이게 뭐야?”, “먹어보면 알아요. 엄청 고소하고 맛있어요”하며 씩 웃으며 손바닥을 펼친다. 까만 재가 얼룩덜룩 묻어있다.

그 위엔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반달모양의 카슈넛 열매가 있다. 한 입에 쏙 넣었다. “와 진짜 맛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저기 조금만 가면 카슈 나무가 있어요”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한다.

가보니 카슈라는 과일나무가 있다. 마치 자두처럼 생겼다. 그 밑에 조그마한 꼭지처럼 달려 있는 게 카슈넛이란다.

카슈철이 아닌지라 생각보다 열매가 그리 많지는 않다. 단원들과 함께 각자 한 그루씩 맡아 원숭이처럼 올라타기 시작했다. 마침내 모든 나무를 샅샅이 털고 나서야 겨우 한 움큼이 됐다. 두 시간이나 지나버렸다.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 늘어져 쉬고 있던 찰나 프란시스가 까만 보따리 들고 마당으로 들어온다. “프란시스 왔어? 근데 이게 뭐야? 카슈넛이잖아?”,“네가 너무 좋아해서 다른 동네 가서 다 따왔어. 이것밖에 주지 못해서 미안해”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건넨 보따리에는 카슈넛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족히 이틀은 땄으리라.

어느새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훔친채 단원들과 카슈넛을 구울 장작을 챙겨 숲으로 가는 길, 그토록 노래를 불렀던 냉면, 아이스크림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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