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킬리사벳 사람들

필자가 머물며 함께한 킬리사벳 마을 사람들

지부에서 1시간쯤 떨어진 시골마을, 킬리사벳(Kendingsabel)으로 향했다. 3박 4일 동안 머물 예정이다. 쭉 뻗은 도로를 달리면서 창밖을 보니 옹기종기 모여 사는 흙집들이 보였다.

지부근처에 있는 시멘트 건물이나 벽돌집과는 확연히 다른 시골의 모습이었다. 야외 화장실에 우리가 머물 집은 흙과 짚으로 지어진 아담한 집이었다. 날다시피 뛰어다니는 암탉들도 있었다.

우리는 짐을 풀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소를 끌고 밭으로 가는 남자아이, 무거운 물동이를 지고 집으로 가고 있는 여자아이, 우리는 서로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제야 정말 아프리카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아프리카 특유의 향이 있다. 흙냄새 같기도 하고 특이하지만 기분 좋은 냄새다. 집주인 할머니의 손녀딸이 우리를 위해 음식을 해준다.

오후 내내 생선을 다듬어 밥에 약간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소스와 생선한마리가 올려 지면 한 끼 요리 끝.

아프리카는 아주 큰 그릇에 밥을 담아 대식구 6~7명씩 모여서 손으로 밥을 먹는다.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생선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풍족하게 먹는 가정은 많지 않다.

우리를 귀한 손님이라며 생선을 세 마리나 얹어줬다. 덥고 허기졌던 탓에 우리는 통하기라도 한 듯 암말 않고 맛있게 뚝딱 한 그릇을 비웠다.

그사이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이 다가왔다. 감비아는 전기가 아침에 들어오면 저녁에는 나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전기를 켤 수 있는 제너레이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문제가 생겨서 산양이라는 마을에 전기 부품을 가지러 가야했다.

단원 두 명이 캐치카를 통해 마을로 갔다. 부품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바람에 의해 토고단원 ‘꼬시’의 모자가 날아갔다. 모자는 10달러가 넘는 고가의 모자였는데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

캐치카로 얻어 탄 차였기 때문에 다시 세워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마을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돌아온 지 30분이 지났을까. 어떤 아저씨가 찾아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꼬시의 모자를 찾아주러 온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길거리에 버려진 모자를 주웠다고 치자, 우리가 머물고 있는 동네가 어딘지 알고 찾아왔으며, 동네 중에서도 우리가 사는 집이 어딘지 알고 왔는가.

고민을 하던 찰나, 아저씨는 모자를 돌려주고는 금세 달아나버렸다. “땡큐 베리마치”라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한번 씩 웃고는 가버린 것이다. 우리는 아저씨가 다녀간 자리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친절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날아간 모자를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꼬시가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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