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새벽시장. 두꺼운 겨울 옷으로 중무장하고 부지런히 몸을 놀려보지만 추위는 매섭기만 하다.

매서운 추위를 맞는 영광읍 매일시장 새벽 풍경. 그 안에 이상권 씨(65. 영광 읍)를 만났다.

이 씨는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 6시만 되면 가게에 나와 분주한 손놀림으로 오픈 준비를 하곤 한다.

“어이 잘 잤는가. 아침밥 해먹게 고등어랑 야채 쫌만 주소”

새벽 6시 반. 이른 시간에 청과슈퍼를 찾은 한 손님은 어릴적부터 영광에서 함께 자란 이 씨의 친구 진중일 씨다.

진중일 씨는 “이 친구가 32년간 이 자리를 지키며 일찍부터 나와 부지런히 사는 친구”라며 “올때마다 후한 인심도 곁들여줘서 매일같이 애용하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 올렸다.

새벽 두시 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씨의 발걸음은 오늘도 어김없이 양동시장으로 향한다. 청과슈퍼를 찾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야채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빨리가야 좀이라도 더 신선한 물품을 가져올 수 있기에 꿀같은 잠을 뿌리치고 서둘러 나오는 편이라는 이 씨는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에게 가격과 상관없이 직접 배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원이건 이천원이건 불러만 주신다면 어디든지 배달해드려요. 어르신들이 무릎도 안좋으시고 편찮으셔서 장보러 나오기 어려운 점을 헤아려 배달을 시작하게 됐죠”

이 씨는 영광에서 태어나 영광초, 영광중, 영광고를 졸업한 후 군대를 다녀와 어머니의 권유로 청과슈퍼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지 32년 째.

이상권 씨는 “우리 가게는 주로 연세드신 엄니,아부지들이 많이 오셔요. 항상 내 부모님처럼 웃으면서 맞이해 드리곤 하죠. 그러면 엄니들은 집에서 재배한 고구마나 먹거리들을 항상 챙겨오셔서 ‘아들~ 이거 한번 잡숴보소. 참 맛나네’ 하며 주시죠. 그때 내가 참 이 장사하길 잘했다 하며 보람을 느끼곤 해요”라며 웃어보였다.

추운 곳에서 장사하기에 몸이 자주 아픈 아내를 보며 이 씨는 맘이 영 좋지 않다며 바라는게 있다면 남은 여생을 몸 건강히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깜깜한 어둠 속 희미하게 비추는 불빛. 이상권 씨의 청과슈퍼는 오늘도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새벽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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