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와가데미에 걸리다(하)

와가데미가 치유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해준 친구들이다. 왼쪽부터 마르셀, 루이스, 빠텐, 이누샤, 우스만 이다.

파리들끓는 폐가가 병원응급 환자들로 바글바글동료들 배려덕분에 완쾌

병원으로 가는 길. 가다가 분해돼버릴 것 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40분을 가야했다.

뒷좌석은 겨우 걸터앉을 정도로 좁은데다 쿠션이 아닌 딱딱한 쇠로 돼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떨어질 것만 같아 마르셀의 허리춤을 꽉 부여잡고 출발했다.

옴짝달싹도 못한 채 40분 동안 딱딱한 쇳덩이 위에 앉아 가까스로 병원에 도착했다. 엉덩이뼈가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

숨 좀 돌린 후 주위를 둘러보는데 도대체 병원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마르셀은 분명 도착했다고 했는데 숲 속에 건물 하나 달랑. 마르셀 뒤만 졸졸 따라가는데 파리가 바글거리는 폐가 같은 건물로 들어가며 병원이란다.

앉아서 대기 중인 사람들을 보니 내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리가 코끼리처럼 부어오른 아이, 교통사고가 났는지 여기저기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붉은 피와 속살이 훤히 보이는 중년남자, 말라리아에 걸려 증세가 심해보이는 할머니 등등. 이들은 모두 한시라도 빨리 치료가 필요해보였지만 환자도, 간호사도, 의사도 누구하나 다급해 보이지 않았다.

“은진씨, 들어오세요” 덩치가 어마어마한 간호사가 날 보며 손짓했다. 의사는 내 다리를 쓱 보더니 간호사에게 뭐라뭐라 지시했다.

어마어마한 간호사를 따라 내가 들어간 곳은 주사실. 그리곤 덩치가 더 큰 간호사 몇 명이 더 들어왔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저 간호사들에게 주사를 맞는다면 내 몸은 남아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한 간호사는 의자 두 개를 가져오더니 한 곳에 앉고 한 곳에 다리를 올리라고 했다. 그리곤 작동하지도 않는 살균기안에서 주사를 꺼내왔다.

“백인 꼬맹이 아가씨, 이제부터 주사 놓을껀데 좀 많이 맞아야되요. 하나도 아프지 않으니 걱정하지마요”라며 바늘이 기다란 주사를 들고 씩 웃어보였다.

차라리 다리가 썩는 편이 낫겠다 싶어 도망가고 싶었다. 울상을 짓는 내 표정을 보며 간호사들은 꺄르륵 웃더니 갑자기 다리를 퍽 하고 움켜쥐고 주사바늘을 막 쑤시기 시작했다.

“악!!!!! 제발 그만하세요. 이제 안맞을래요 그만 그만!”

깜짝놀랬다. 따끔은 커녕 바늘로 살을 후벼파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와가데미에 걸려 다리에 난 상처는 세 개. 상처 하나당 상처주위로 주사를 6번이나 놓았다.

다리에만 맞은 상처는 총 18번. 우리나라였다면 ‘주사 들어가요. 잠깐 따끔할꺼에요’ 라는 멘트와 함께 쥐도새도 모르게 주사를 놓았을 건데 이렇게 무식하게 주사를 주다니.

“괜찮아요 이제 일어나보세요” 끝난 줄 알았다. 간호사는 갑자기 내 바지를 내리더니 엄청나게 큰 주사를 엉덩이에 또 두 번이나 쑤셔댔다.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생생하게 끔찍하다. 평생 그 간호사의 웃는 얼굴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기상천외한 병원에서의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지인의 간호를 받으며 흉측했던 내 다리의 상처는 어느새 새살이 돋아나며 말끔해졌다.

내가 처한 상황으로는 썩어가는 다리를 붙들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게 분명하지만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남을 위할 수 있는 이들의 조건 없는 사랑이 있었기에 깨끗이 나을 수 있었다.

지금도 내 다리에 남아 있는 흉터는 보기만 해도 벅차오르는 잊지 못할 증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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