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시인. 영광문화원장)

오월의 바람은그냥 불어가지 않습니다나무마다 속 깊은 울음 전하면서피빛 그 세월의 언덕을 넘어지금 이렇게 푸르를 수 있음을지상 가득히 펄럭이게 해놓고저마다 민주의 몸짓으로 불어가고 있습니다세상의 구석구석 섭렵하면서민주로, 민주로 더 나아가자고 외치고 있습니다그 외침 속에서 유난히도 올곧은 함성지나는 바람결에 귀를 대면 들립니다, 들려옵니다30년이 훨씬 지났어도 떠나듯 떠나지 않은그 거룩한 이름 자꾸 옷섶으로 가리며바람으로 우뚝, 오늘 여기 섰습니다오늘은 감췄던 이름도 훤히 보입니다장하디 장한 그 이름 불러봅니다열사시여, 박관현열사시여님 앞에선 살아있다는 자체가 버얼겋게, 버얼겋게얼굴 붉어지는 부끄럼으로 바람결에 시리지만그래도, 그래도 님을 불러보는 마음 하나로우리 모두 여기에 와 있습니다그리고 숭고한 꽃 한송이로 바람소리 담고 갑니다편히, 편안히 영면하소서-5.18 36주기 박관현열사 추모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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