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와가데미에 걸리다 (상)

사골 코나에서 생활하던 중 함께 지내던 현지 친구의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이다. 앞쪽에 주황색 전통복을 입고 있는 친구가 신부이다.

외관상 모기자국과 비슷파이고 살썩어가는 증상치료제 한달생활비 경악

여느 때와 같은 이른 아침이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시 반. 매일 새벽이면 우리는 조용히 명상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밤새 귓가에 윙윙 거리던 모기들은 잠도 없는지 새벽에도 가만두질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명상만 하다가는 매번 모기 밥이 되곤 한다.

슬슬 몸이 가렵기 시작한다. 이곳저곳 긁적거리는데 “앗 따가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다리를 보니 모기물린 자국이 선명하다. 다시 긁는데 뭐가 이렇게 따가운지.

다음날 보니 가렵다고 너무 세게 긁었는지 아주 작은 딱지가 생겼다. ‘에이 뭐야~ 별거 아니네’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몇 달이 흘렀을까. 평소처럼 나와 동료들은 매주 주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수업과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마르셀이라는 친구가 춤 연습을 하다말고 내게 다가와 “은진씨, 다리에 그거 뭐에요? 왜 그래요?” 라고 물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리에는 큰 딱지가 세 개나 생겨있었다.

“이게 뭐에요? 저도 모르겠는데..” 마르셀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거 와가데미 같은데...벌레가 물어서 생긴 병이에요.” 함께 연극준비를 하던 필립도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와가데미는 딱지가 생겼다 뜯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살이 점점 파이면서 썩어 들어가는 병이에요”라고 말했다.

딱지사이로 상처는 벌써 5cm나 깊이 파여 있었다. 흉측했다.

모기자국인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 딱지가 생겼다가 뜯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어느새 손톱만한 크기로 커져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르셀은 이 병은 주사를 맞지 않으면 절대 나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자원봉사프로그램 규칙상 돈 소지가 불가해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런 내 사정을 뻔히 아는 현지친구들은 하나 둘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온 여자애가 자기들을 위해 봉사하러 왔는데 흉터를 가지고 돌아가면 안된다며.

와가데미를 치료하는 주사는 무려 2천원이나 됐다.

이곳에서 2천원은 월급수준이다. 말라리아 약살 돈 300원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아프리카에 와가데미 치료 주사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현지친구들은 끼니를 거르고 공책살 돈을 아껴가며 십원, 오십원, 백원씩 모은 2천원을 내 손에 꼭 쥐어줬다. 이걸로 다리를 치료하라며.

한국에서 아무렇지 않게 쓴 천원, 이천원이 아프리카에서 내 마음을 울렸다. 그렇게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마르셀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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