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 시골 코나에서 필자는 이른 아침 현지인과 함께 수수를 털고 있다. 남자아이는 7살, 여자아이는 9살에 불과하다.

아침에 눈을 떴다. 장성 북이면 고향집이었다면 해가 중천에 뜬 뒤에야 부스스 일어났을 테지만 여긴 달랐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다.

누워 있다가 정말 직각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제부터 외국인이 아닌 현지인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다.

아침밥도 해야 하고 동네 아이들고 k같이 놀아줘야 하며 인근 마을에 가서 허드렛일도 도와야 할 판이다.

먼저 자원봉사 하던 시골에서의 이야기 보다 부르키나파소가 어떤 나라인지 독자들에게 먼저 설명해 주는게 생생하게 실감을 할 것 같다.

지도를 펴고 아프리카 서남부 부르키나파소를 찾아보라. 아마 찾기가 쉽지 않을 터다.

워낙 작은 나라에다가 여러 나라와 다닥다닥 국경을 맞대고 붙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 중 왼쪽 둥그렇게 튀어나온 부분 아래에 보면 여러 나라가 있다.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등이 보인다. 그 바로 위쪽 내륙국가가 부르키나파소(옛 오트볼타·수도 와가두구)다.

그 위에는 말리, 니제르가 있다. 이 몇몇 나라에 장대하게 걸쳐 있는 사막이 있다.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올 수 없다는 그 무시무시한 사막. 사하라 사막이다. 부르키나파소 날씨는 이 사하라 사막의 영향을 받는다.

아침기온은 40도다. 한낮은 50도가 넘는다. 마치 찜질방 불가마 옆에 있는 느낌이다.

습도가 없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리나라 여름 불볕더위는 이곳 새벽 2시 기온에 불과하다.

숙소 바닥에 타일이 깔린 이유를 며칠 지나서야 알았다. 지열을 차단하는 장치로 그들만의 피서법이었다.

같이 간 동료가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이것 보세요. 바지 사이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어요”

한국을 떠나면서 챙겨온 청바지가 이곳에서는 괜한 짐일 뿐이었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청바지를 입을 엄두도 못냈다. 다리를 넣는 순간 땀으로 인해 바지가 끼어버린다.

그러고보니 바지가 아닌 천으로 대충 휘감아 치마를 만들어 입고 다니는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옷을 주물주물 헹궈 물을 짜지 않고 그대로 빨랫줄에 널어도 2-3시간이면 깨끗하게 마른다.

사막 근처의 나라이다보니 모래먼지가 많다. 현지인들의 눈이 빨간 이유다.

그래서 다들 시력이 좋지 않다. 평균수명도 30세를 겨우 넘는다. 우리나라 50년대 수준의 경제력을 갖췄다.

프랑스 식민지를 겪었으며 지지리도 가난하다. 그래도 낙천적인 국민성 덕택에 순박한 웃음을 나누며 힘들지 않고 살아간다.

사막과 가깝다 보니 물이 귀하다. 우리나라처럼 세숫대야에 물을 펑펑 담아놓고 세수하는 일을 상상할 수도 없다.

한 바가지에 몇 명이 나눠 세수한다. 처음 며칠은 세수라도 했지만 갈수록 세수할 일이 없어졌다.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현지인처럼 부스스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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