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 못난 가난 어찌하오리까

필립’이라는 현지 친구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표정으로 해맑게 웃고 있다.

의료·전기시설 열약말라리아 약 300원 없어질병으로 평균 수명 30살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더러 잘사는 나라가 있다. 남아공이나 이집트, 리비아 등이 좀 사는 편이다. 그 외의 국가는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먹을 게 없는 부르키나파소는 아프리카국가 중에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어찌나 가난하던지 다 거론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필자가 처음 가서 맞닥뜨린 헐벗은 시골사람들의 모습에 기절할 뻔 했다.

그들 속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우리 조선시대 때나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가난에 찌들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시설이었다. 약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질병과 가난을 극복하지 못해 평균 수명이 30살 정도이다. 이 나라의 경제수준이 얼마나 열악한 지 짐작케 한다.

말라리아 약값이 고작 300원인데 그 돈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마을 어른인 이삭 씨에게 말라리아가 어떤 병인지 물어봤다.

“말라리아는 사실 감기처럼 자주 걸리는 병인데 약만 먹으면 금방 낫는 병이야. 그런데 약값 300원이 없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지.”

그는 말라리아에 걸리면 통증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심하다고 말했다.

“말라리아 증상은 평소 몸에서 가장 약한 부위에 나타난대. 허리 아픈 사람은 허리가 찢어지게 아프고, 목이 안 좋은 사람은 목구멍이나 목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돼. 사망자가 늘고 있는 데 이게 다 가난 때문이지.”

이들에게 가난의 굴레를 씌워주는 것은 또 있다. 전기시설이 없어 밤만 되면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앉는다. 컴컴해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현지인 친구인 우스만과 마실을 나섰다가 기절할 뻔 한 적도 있다.

한참을 걸어가는 데 느닷없이 앞쪽에서 하얀 옷이 둥둥 떠다니다가 가까이 오는 게 아닌가.

"엄마야" 질겁을 하며 우스만 등 뒤로 숨었더니 3명의 아이들이 하하하 웃으며 다가온다.

전기가 없는데다 흑인이다 보니 흰옷만 비쳐보였던 거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번에는 검은 옷을 입은 아이의 흰 이빨만 둥둥 떠다닌다. 그 모습이 우스워 한참을 같이 웃었다.

가난한 시골마을이지만 즐겁게 웃으며 여유롭게 사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마실을 갔다 와서 한참 생각에 빠졌다. 현지인 친구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은진씨!, 우리에게는 전기도 없고 의료용품도 부족해서 삶이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행한 사람들은 아니야.”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물질적으로 풍요한 삶만이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곳 사람들과 만나면서 알게 됐다.

스님들이 득도하듯 1년 머물면서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란 뭘까’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적어도 이곳에 와서 행복이란 물질적인 풍요만이 아님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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