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사장·편집인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로 재편 되면서 새누리당 참패, 더불어민주당 승리, 국민의당 환호의 형태로 막을 내렸다.

어떻게 이렇게 연출할 수 있을까 궁금할 정도로 국민들의 심판은 정확했고, 견제장치 까지 서로에게 허락했다.

뚜껑이 열리기전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독자적으로 바꿀 수 있는 180석도 가능하다며 진박이네, 친박이네 이전투구를 일삼다 스스로 자멸하는 길로 향했다.

여론이 돌아선 걸 느끼고 막판 읍소전략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민심을 돌리기엔 패착이 너무 컸다.

새누리당은 원내 제1당을 야당에게 내주고 원내2당으로 내려앉았다.

이제 그동안 원내1당으로 누렸던 프리미엄을 하나 둘 내려놓아야 한다.

당장 국회 사무실을 야당에게 일정부분 내줘야 하고 여당으로서 국회의장자리를 야당에 사정해야 할 판이다.

물론 상임위원장 자리도 야당의 협조를 얻는 위치로 내려갔다.

이런 사정에 밝아서인지 새누리당은 결과를 받아들기 무섭게 무소속 당선자들의 조건 없는 복당을 선언했다.

선거용지 잉크도 마르지 않았고, 준엄한 심판을 내린 민중들의 외침이 허공으로 날아가지도 않은 시점이다.

오죽하면 같은 당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제 자신들 국회감투분배에 유리한고지 점하기 위해 당에서 내친 무소속을 다시 끌여 들이려고 하는 짓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일갈했겠는가.

선거 때마다 절묘한 수를 보여줬던 정치 1번지 호남민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신의 한 수를 선보였다.

그동안 정신 차리지 못하고 계파싸움하다 볼일 못보고 선거 때만 되면 참패를 일삼던 더불어민주당에게 강한 회초리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100석도 힘들다는 싸움판에서 123석을 얻어 당당히 제1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뿐 아니라 더민주는 전국정당의 기틀도 마련했다. 낙동강 벨트를 완벽하게 접수했다. 새누리당의 안방에 깃발을 꼽았으니 성과도 이만저만한 성과가 아니다.

부산에서 새누리당 12석에 이어 5석을 얻어 절반에 가까운 당선자를 배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난공불락 정치기반인 대구에서도 김부겸 당선인은 앞도적인 지지로 선택 받았다. 여기에 더민주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당선인도 안정적인 득표력을 보이며 당선의 기쁨을 맛봤다.

이뿐 아니라 더민주는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얻으며 전국정당의 틀을 확고히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야당의 정신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경상도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8석이 걸린 광주에서 전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남지역에서는 새누리당의 이정현당선인에게 재선고지를 안겼고, 전부를 내주다 담양, 장성, 영광, 함평선거구에서 겨우 당선자를 배출했다.

전북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초 중반 더민주는 광주·전남에서 국민의당에 여론지지도에서 더블스코어로 앞서있었다. 이때 여의도발 난데없는 하이킥이 거침없이 올라왔다.

김종인 대표가 3.20일 셀프공천을 단행한 것이다. 당에서 염려의 목소리가 들리자 김 대표는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서 일하 생각 추호도 없다”며 원색적인 단어를 쏟아냈다.

진중권 교수는 “김종인 셀프공천, 선거 참패해도 자긴 살겠다는 것”이라 잘라 말하기도 했다.

호남유권자들은 더민주에 대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줘야하나 갈등하는 절묘한 시기에 터진 셀프공천으로 “그럼 그렇지 저 친구들 하는 짓이 똑같지”하며 돌아섰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지역민들은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안철수 대표를 좋아해서도 아니고 국민의당에서 공천한 후보들이 훌륭해서도 아니다.

단지 더민주의 행태에 실망했고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했기에 선택한 결과이다.

호남민심은 그동안 불통정치를 펼쳤던 새누리당과 자기들만의 리그로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에 협치를 주문한 것이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외침이 일회용 면피성 발언이 아님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고,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가슴으로 받아 서로 존중하며 협치를 통해 국민들을 섬겨야 한다.

그게 이번 총선에서 내린 국민들의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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