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사장·편집인

제20대 국회의원선거는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에게 검증하는 시간이 적었다.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정치권에서 밥그릇 싸움하느라 선거구획정이 선거 코앞에 닥쳐 나왔으니 이미 깜깜히 선거는 예고된 영화와 같았다.

후보자 얼굴한번 본적 없이 투표하게 생겼다는 유권자가 한 둘이 아니다. 후보자가 발표한 공약을 보면 지역민과 거리감이 있는 내용들도 발견 되고 있다.

특히 정치신인이라 할 수 있는 후보에게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유권자들의 세심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국민의당 경선에 참여해 공천을 받은 강형욱 후보의 공약은 특히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영광, 장성, 함평을 합병해 영장평 시를 만들어 준광역자지단체로 만들자는 것은 황당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강형욱 후보는 합병을 통해 행정의 비효율성을 줄여 자치행정의 편익을 증진 시키자는 취지인데 여기에 호응하는 군민들을 찾기 힘들 정도다.

지역색이 전혀 다른 지자체의 합병은 정부차원에서 추진해도 이뤄내기 힘든 사안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훼손을 불러올 수 있을뿐더러 현안마다 지역의 요구와 바람이 달라 행정의 효율성이 더 떨어질 우려가 높다 할 수 있다.

강후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담양군과 무안군까지 합병해 인구27만 명의 도시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도 이뤄내기 어려운 공약을 국회의원 후보자가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강후보는 또 언론사에 배포한 홍보자료에서 영광, 장성, 함평, 담양 4개 군의 3대 대표공약을 발표하면서 1번 공약으로 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영광의 경우 대마산단, 함평은 빛그린산단, 담양은 농공단지에 장성은 진곡산단에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장성군의 산단 활성화 방안으로 진곡산단에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겠다. 발표했는데 장성을 한번이라도 다녀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곡산단은 장성군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광주시 광산구에 소재한 일반산업단지 이다.

진곡산단은 2009년부터 6년간 광주 광산구 진곡·고룡·오선·하남동 일원 190만8천㎡(57만7천평)에 3천419억원을 들여 조성한 광주시의 산업단지이다.

다시 말해 장성군에 어떤 산업단지가 있는지도 모르면서 광산구 하남산산 옆에 위치한 진곡산단을 장성군소재 산단으로 생각하고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광산구에서 출마한 후보자가 발표해야할 선거공약을 담양, 함평, 장성, 영광에서 출마한 후보자가 남의 동네 산업단지 활성화 하겠다는 공약발표니 동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하겠다.

산업단지나 농공단지는 조성하면서부터 입주할 수 있는 산업분류코드가 부여된다. 최근에 입주하고 있는 송림농공단지에는 기계금속, 전기 전자, 식품, 기타제조 등의 산업만 입주할 수 있다.

해당 산단에는 입주할 수 있는 업종들이 정해져 있는 만큼 신성장산업이란 두루뭉술한 표현은 뜬구름 잡기로 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함평군민들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다. 빛그린산단에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은 지역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는 반응이다.

빛그린산단은 광주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국가산업단지로 조성중이기 때문에 함평군민들은 함평읍에 추진하고 있는 ‘동함평산업단지’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단지마다 입주할 수 있는 산업들이 정해져있는데 각 산업단지 마다 공통적으로 신성장산업 육성이란 표현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공약이란 지적이다.

남의 동네공약까지 등장하는 선거판에서 반듯한 지역일꾼을 찾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서 철저한 검증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또한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분석해 군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제 이틀여 남은 시점에 어느 때보다 깜깜히 선거가 예상되지만 ‘이번은 몇 번 찍어야 한다’ 라는 비상식적인 말보다는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더라’는 말들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오고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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