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물 주전자와 수동 비데

우측에 대충 짓다 만 것처럼 생긴 네모난 건물이 집이다. 시골 현지인들은 보이는 들판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곤 하는데 주로 큰 나무 뒤에 숨어 볼일을 본다. 길을 가다보면 정체 모를 까만 그림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고로 해외자원봉사란 그 지역민들을 돌보는 일은 물론이고 철저하게 현지화 돼야 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게 화장실 문화다. 선진국이야 어딜 가도 비데가 설치돼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지만 우리보다 낙후된 지역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하물며 가난한 나라 부르키나파소, 그것도 시골 코나의 화장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화장실은 흙집으로 담을 쌓고 슬레이트로 덮었다. 전형적인 푸세식 화장실이다. 여기까지는 부모세대에는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와 다른 건 화장실 옆에 허름한 주전자가 하나 놓여 있다.

"마르셀, 화장실에 왜 주전자가 있어요?" "아! 은진씨! 그거 화장지 대용이에요. 물로 씻고 나오세요. 씻을 때는 꼭 왼손으로!. 알았죠?" 눈을 찡긋하며 얘기하는 그의 말을 한 참 지난 뒤 이해했다.

아!. 주전자를 들고 물을 부어가며 왼손으로 처리하라는 말 아닌가.

교육 받을 때 선배 언니들이 당부했던 말이 떠오른다. "은진아! 아프리카에서 최고의 필수품은 화장품도, 속옷도 아닌 화장지와 물티슈야. 몽땅 가져가. 내 말 안 들으면 너 1년 내내 후회할거야"

필자와 함께간 동료가 시골 코나를 추억에 담고 있다. 뒤에 흙으로 쌓아올린 건물이 이들의 안식처이다. 이 곳은 사람, 닭, 염소, 당나귀, 돼지, 강아지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함께 살고 있다. 모든 집들이 다 이런 형태라 1년을 살아도 어디가 어딘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화장실이 있다는 건 부잣집에 속한다. 오트볼타에서 버스로 10시간 달려야 나오는 산골 오지인 코나는 화장실 자체가 없다. 그냥 들판이 화장실이다.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주전자도 없다. 불행 중 다행은 청소부가 있다. 개를 비롯해 각종 동물들이다. 사람도 먹을 게 없는 데 동물들에게 줄 먹이가 어디 있겠는가. 멀리서 기다렸다가 득달같이 달려와 깨끗이 치워준다. 그래도 대낮엔 괜찮다. 새벽에 화장실이 급할 땐 난감하다.

같이 자원봉사를 갔던 남자 동료는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하마터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동네사람들과 함께 마당에서 잠을 자는데 누군가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화들짝 깼다.

마을사람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마구 뛰어간다. 한참 뒤 실신 직전에 처한 동료를 데리고 왔다. 마을사람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듣다가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그 동료는 새벽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갔다. 아무데나 가서 앉으면 그곳이 화장실이기에 편안하게 볼일을 봤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코뿔소만한 멧돼지가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그 요원의 '응가' 냄새를 맡고 달려왔던 것.

그는 바지춤을 올릴 새도 없이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을 쳤다.

그의 비명소리를 들은 동네사람들이 자다가 일어나 그를 구출하러 달려 나갔던 것이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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